통신사들 사이에선 갑자기 늘어난 무선 데이터 수요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늘어난 통신망 관리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CP)에 물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압박 탓에 소비자에게 통신비를 더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데이터 없인 못 산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무선 데이터 월 사용량은 올해 8월 105만5806TB(테라바이트)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95만1121TB)과 비교하면 11% 증가한 수준이다.스마트폰으로 쓰는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5월 100만2307TB를 나타낸 데 이어 4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80만~90만TB대에서 올랐다 내렸다 들쭉날쭉했던 흐름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한 명당 이동통신 무선 데이터 월 사용량 역시 8월 1.67GB(기가바이트)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1.33GB)보다 약 25.6% 증가했다.
이 통계엔 각 가정에서 무선 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로 접속하는 데이터 사용량은 빠져 있다. 와이파이 이용까지 합치면 전체 데이터 사용량은 훨씬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튜브·넷플릭스는 뒷짐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핵심 배경으로 동영상 수요 증가가 꼽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무선 데이터 사용량의 56.8%는 동영상 시청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이 국내 무선 데이터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무선 데이터 사용량의 28.6%는 구글에서 나왔다. 넷플릭스는 5.5%,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대표 플랫폼인 메타는 4.3%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7%, 1.1%에 그쳤다.
업계에선 망 사용 대가를 둘러싼 통신사와 CP의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화질 동영상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을 멈추는 등 통신사와 CP가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면서도 “망 관리 비용이 더 늘면 통신사들이 망 사용 대가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망 사용 대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지난달 방한 때 “통신망에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가 적정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생태계 불균형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