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18일 급락했다. 호재성 재료가 소멸되면서 신약 개발 기업의 주가가 특히 부진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대감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이날 의약품 제조업체 유한양행은 전 거래일 대비 17.45% 내린 6만1500원에 마감했다. 오스코텍(-20.85%), 지아이이노베이션(-14.25%), 한미약품(-7.55%)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도 4.96% 하락했다. 이날 바이오 업종 하락세는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기관은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의 주식을 824억원, 2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주가 하락을 촉발한 것은 유한양행의 임상 결과 일부가 공개되면서다. 유한양행은 폐암치료제 '렉라자'와 미국 얀센의 신약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한 '마리포사'의 임상 결과를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기술 도입한 신약이다.
시장에서는 임상 초록 공개를 호재 소멸로 판단한 분위기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임상 데이터 일부가 아쉽게 나와 주가가 하락했다"면서도 "신약의 상업적 가치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임상 수치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보다는 향후 글로벌 판매 전략을 어떻게 꾸리는지가 기업 가치 회복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약 개발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도 비슷한 이유다. 지난 16일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2980억원 규모에 일본 제약사로 기술 이전했다. 계약 소식에 주가는 장중 한 때 17% 넘게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두자리수 넘게 하락했다. 기술 이전이 소식이 공개되며 단기 이벤트성 재료가 소멸됐다는 평가다. 최근 3거래일 동안 하락률은 26.92%에 달했다.
바이오 상장지수펀드(ETF)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섹터 ETF인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이날 4.96% 하락한 9205원에 마감됐다. 지난달 11일 고점(1만1350원)에서 18.9% 하락한 수준이다.
해당 ETF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새 브랜드 'KoAct'의 1호 상품으로 지난 8월 상장했다. 유한양행(구성 비중 8.80%), 한미약품(4.38%), 지아이이노베이션(4.35%) 등 최근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달 11일 1만1350원으로 고점을 형성한 뒤 한달여만에 18.9% 하락하며 신저가를 이어가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바이오 ETF인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도’도 같은 기간 29.5% 급락했다. 업계에선 “테마 ETF 상장 시점이 해당 섹터의 고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는 것이 제약·바이오 업종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R&D 모멘텀 등으로 개별 기업의 주가가 움직이기는 했지만 바이오 업종 전반의 수급 개선을 이끌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다. 해외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국내 관련주도 일시적인 급등세를 보였지만 대부분 임상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어 테마가 소멸시 급락의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약개발은 임상 실패의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환율·고금리 상황이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바이오텍은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며 "기대감보다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보이는 바이오 기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