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감독?검사 등 금융감독원의 본연 업무 대신 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에만 집중해 가계대출 증가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생금융의 효과가 서민 대신 고소득자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제 행보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사실관계 분석 결과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17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검사에서 “금리인하 등 상생금융의 효과는 고신용자에 집중됐다”라며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이 (금융 시스템을) 흔들면 안 된다”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 같이 답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이 상생금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난 4월 이후 가계부채 총액은 상승세로 본격 돌아섰다. 가뜩이나 높은 수준이었던 가계부채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상생금융의 효과가 서민 대신 고소득자에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각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 대출자의 신용점수는 올해 1월 901점에서 8월 948점으로 47점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같은 기간 평균 신용점수는 각각 24점, 23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은행권 대신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상생금융이 시작된 뒤 10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비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오히려 5조원 감소했다.
개별은행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고신용자에게 혜택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 원장이 상생금융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가량 인하했다. 그러나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는 횡보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서민들은 이복현표 상생금융의 수혜자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긴축기조와 대출의 완화적 태도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은행이 계속 지적하는 사안”이라며 “금융은 의도대로 안 된다. 결과적으로는 금리인하 효과가 부자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 금리충격 막아주는 정책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에 관한 문제”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비롯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