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며칠간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 모든 강화'라는 어불성설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정권의 임기 반환점에서 치르는 총선은 정권 전반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될 것"이라며 "지금 가방 뼈아픈 것은 지난 1년 반의 집권을 통해 지난 정부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대해 당이 즉각적으로 중단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계속해서 홍범도 장군에게 모욕을 주려면 최소한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그를 독립 영웅으로,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소개하는 것부터 지적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솔직하지도 못했고 논리적 귀결을 갖추지도 못했다"면서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축소사회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와중에 교사 임용 정원은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교대 입학정원은 줄이지 않겠다는 비겁한 선택은 교대를 졸업했지만, 임용은 안 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이 정권이 끝난 뒤에 발생할 것이라는 이해타산적인 비겁함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가 없애겠다고 공약했던 것은 부처로서의 수명이 다한 여성가족부인데, 왜 거꾸로 R&D 예산이 삭감되어야 하나"라며 "잼버리 사태를 겪고도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9.4%를 늘리는 반면 KAIST, DGIST, GIST, UNIST 등의 4대 과학기술원 예산은 11.8% 감액됐다. 우리가 그렸던 청사진과 다른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에 왜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부터 두서없이 의대 정원을 1000명 가까이 늘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오락가락한다"면서 "수가가 현실화하지 않으니 대형병원마저도 장례식장과 주차장, 식당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의대 졸업자를 과 공급하면 어쩔 수 없이 비인기과에도 사람이 충원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공급 위주의 대책보다는 지방 의료기관과 비인기과의 진료행위에 대해서 비용의 현실화를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는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더는 검사가 아니다"라며 "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 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뀐 척 해봐야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욕설 논란'으로 이 전 대표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우리 당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며 내부 분란 조장하면서, 우리 당이 선거에서 몇 퍼센트 질 거라고 잘난체하고 다니는 나쁜 사람들은 내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은덕을 입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주었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저는 오늘 이준석을 내보내기 위해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1만6036분의 국민들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면서 "토요일 밤부터 시작해 월요일 아침 10시까지 하루 반 만에, 무효표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분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선거 이틀 전날 밤 유세 때, 타당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이 저에게 한 욕설을 유머로 승화해 웃어넘긴 일이 있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남아있다"면서 "언론에서도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기사화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시민이 저에게 욕설한 부분은 쏙 빼고, 제가 진교훈에게 막말해서 선거 패배에 큰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아침 방송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렸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후 민주당에서는 즉시 대변인 명의의 비판 성명이 나오고 소수의 언론이 보도하기 시작하는 환상의 팀플레이를 보여줬다"면서 "저희 의원실에서 즉시 전체 동영상을 공개해서 오해를 벗을 수 있었지만, 강서구청장 선거 때 이 전 대표가 우리 당에 저지른 가짜뉴스 사건은 정말 나쁜 선거방해 공작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준석을 내버려 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또 내부 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다"라며 "선거는 몇 퍼센트로 질 거라고 예언하는 이준석보다,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는 사람이 우리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구 자기 선거도 예측 못하는 마이너스 3선인 이준석이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서 갑자기 도사급으로 취급받는 모습은 참으로 기묘하다"면서 "이준석보다 더 똑똑하고 도덕적인 대한민국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보궐선거 패배책임론 앙케트 조사에서 그다지 많은 표를 얻지 못해서 아쉬운지 총선패배의 선봉장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유세차에 올라가서 우발적으로 당황해서 'XX하고 자빠졌죠'라고 발언해놓고 시민 탓을 하냐"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자신이 욕설을 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며, 그가 라디오에 출연해 '안 의원이 막말로 선거를 망쳤다'고 지적한 것을 거론했다.
이 전 대표의 언급은 지난 9일 유세 도중 안 의원이 막말을 했다는 거였는데, 안 의원은 "당시 과열된 현장에서 시민이 자신에게 던진 욕설을 유머로 승화시킨 것이었다"며 "편집된 영상만 보고 가짜뉴스 1보를 생산한 게 이준석"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의 글을 곧바로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