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은 현재 국내 전력 솔루션 분야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불과 2~3년 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가격보다는 신뢰성을 우선시하는 산업 특성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기존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납기 대응력’이 최우선 경쟁력으로 부각됐다. LS일렉트릭은 글로벌 공급망 쇼크의 틈새를 절묘하게 공략, 세계 시장에서 크고 작은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2조5000억원 넘는 수주 잔액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수출 7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납기’로 기회를 잡은 LS일렉트릭은 고객사로부터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인지도가 덩달아 상승, 한국 대기업 제조설비 투자는 물론 해외 사업 수주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성과는 내수시장에서의 굳건한 입지가 기반이 됐다. 여기에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점, 해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사업의 근간이 되는 전력 기기와 시스템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회가 왔을 때 쟁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배전솔루션 최강자’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 배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전력기기·인프라 시장도 보다 공격적으로 공략했다. 북미 전력계통 사업 진출을 위해 필수 규격인 UL인증을 국내 기업 최초로 획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UL인증 전력기기 매출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중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단락발전기 증설을 꼽을 수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5월 국내 최고의 민간 전력시험소로 꼽히는 자사 PT&T(전력시험기술원)의 단락발전기 용량을 2배로 늘렸다. 세계 6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락발전기는 차단기, 변압기 등 전력기기 성능 평가를 위해 실제 전력계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전류(단락전류)를 시험하는 설비다.
수주 사업의 납기를 맞추고 품질 경쟁력까지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전력기기 분야의 높은 생산 기술력이다.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사업장은 2011년부터 약 4년간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등대공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주사업장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단순 적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또 생산 효율화를 통한 획기적 원가 절감을 통해 대량 생산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사물인터넷 기반의 자동 설비, 자율주행이 가능한 물류 로봇, 머신러닝 기반의 검사 시스템 등 스마트공장 핵심기술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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