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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경제 어디로…韓, 대외통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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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본격적인 예측 시즌이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3대 예측기관이 내년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발표했다. 엔데믹의 실질적인 첫해가 될 내년에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또 다른 디스토피아 문제로 커다란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만큼 이상기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한 적도 없다. 홍수, 가뭄, 산불, 태풍, 쓰나미 등에 ‘대(大·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다. 슈퍼 엘니뇨의 위력이 발생 2년 차에 더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접두어를 한 단계 격상해 ‘초(超·hyper)’자를 붙여도 부족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유난히 눈에 띈다.

지경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처럼 안보와 경제 간 분리가 어려울 때는 지정학적 위험보다 지경학적 위험이 더 중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내년에는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지경학적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선거가 잡혀 있는 내년에는 정치적 거버넌스 문제가 세계와 각국 경제에 의외의 큰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체제와 관계없이 최고통수권자의 장기 집권 야망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이 문제가 국수주의로 흘러 이미 여야 간 극한대립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우리에게는 체감적으로 와닿는 지적이다.

국제 통상환경도 국가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유사 입장국(like minded country) 간에 협력과 연대에 초점을 맞추는 TIPF(무역투자 촉진 프레임워크)나 EPA(경제동반자협정)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WTO나 FTA는 협상 과정에 수년이 걸리고 입법기관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정치적 거버넌스 문제가 심각한 국가는 영원히 안 될 수 있다. 반면에 TIPF나 EPA는 이상기후, 공급망 확보, 디지털 전환, 난민, 마약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다룰 수 있고 입법기관의 비준과 관계없이 행정부 차원에서 손쉽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핀란드에 이르기까지 TIPF를 체결한 국가가 벌써 8개국에 이른다.

각자도생 통상 여건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선진국, 신흥국 등 권역별 성장률은 큰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이후처럼 취약국이 두터워지는 ‘K’자형 양극화 시대에서는 개별국의 성장률이 더 많이 포함될수록 ‘대표지수 혹은 평균값의 함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성장률과 권역별 성장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전체 차원에서 침체·불황·회복·성장 등 4단계와 저점, 정점의 의미가 퇴색하는 노랜딩(no landing)이 정착할 것으로 본 것은 종전의 경기순환 이론을 뒤엎는 예상이다. 3대 예측기관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0.1∼0.3%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수준으로 세계경기가 ‘침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개별국가 성장률은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V’자형, 나이키형, 스네이크형 등 경기순환상 모든 국면이 동시대에 한꺼번에 나타나는 ‘랜드 러시’(land lush·원시형 경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개념의 통상체계로 자리 잡는 TIPF나 EPA도 어느 국가와 체결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5월 비슷한 시기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중국·중앙아시아 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경제 질서가 두 회의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 간 관계를 중심으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으로 바뀔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급한 것은 대외통상정책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종전의 규범과 관행을 답습하는 ‘시스템적 플랜A식 디커플링 접근’보다 급변하는 국가별 관계를 감안해 위험을 축소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컨틴전시 플랜B식 디리스킹 접근’이 필요하다. 후자는 유연하고 부지런한 통상전문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과연 현 정부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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