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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제약강국 日의 역발상 글로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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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의약품 시장인 일본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역발상 글로벌 전략을 내놨다. 최근 요미우리신문 및 ANN방송에 따르면 일본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미국 내 신약 개발 스타트업을 일본으로 유치하기 위해 워싱턴DC에 사무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 허가 기구인 PMDA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더구나 미국 땅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들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미국 신약 개발 스타트업의 일본 유치다. 일본에서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이나 신약 승인 과정에 대한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과 협업해 미국에선 승인받았으나 일본에선 허가받지 못한 미국 스타트업 의약품의 허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태국 방콕에도 사무소를 개설해 아시아 기업들의 일본 진출까지 돕겠다는 계획을 보면, 제약강국 입지 강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글로벌 진출 전략이 가동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규제기관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 현지 기업과의 관계 구축을 통해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궁극적으로는 일본 스타트업의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제까지 대부분 국가의 스타트업 육성은 실험실 장비나 공간 같은 인프라 제공, 보조금 세금감면 등 재정적 인센티브, 멘토링이나 투자 지원 프로그램, 신속 허가 등과 같은 ‘인바운드’ 정책이었다. 미국, 특히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매사추세츠 주정부 모델을 벤치마킹해 각국 환경에 맞게 다시 세운 전략들이었다.

또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이노베이션센터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개방형 혁신 모델은 언뜻 순수한 스타트업 지원전략으로 인식되지만, 혁신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제약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단숨에 올릴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에 오히려 전략적 이점이 컸다.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과 부합할 경우 라이선스 계약 체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도 기회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 무료 컨설팅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정부도 멋진 ‘레토릭’으로 포장된 글로벌 생태계의 이면을 꿰뚫어 보면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일본 못지않은 혁신적인 글로벌 전략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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