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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3% 가까이 올랐다. 4개 분기 연속 적자에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내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 예고한 점도 투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현지 시간)까지 2.66% 오른 69.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4분기에 매출액 40억1000만달러(약 5조41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은 -1.1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개 분기 연속 적자에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HBM 대응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 확산과 HBM 덕에 내후년 메모리 산업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내년부터 수억 달러 수준의 HBM 매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을 거점으로 구세대 제품의 제조 라인을 HBM 중심으로 전환, 향후 차세대 HBM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AI 반도체 부문 시장 점유율 1위 엔비디아 GPU에는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HBM이 필요하다. HBM은 올 들어 AI 챗봇 챗GPT 열풍이 불면서 메모리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재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의 양분하며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을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HBM으로 승부수를 건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5세대 HBM인 'HBM3E' 시제품 출하를 마친 데 이어 내년 초 이를 양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3E 샘플을 보내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인 마이크론에 최대 1900억엔(1조71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지 않아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일각에선 마이크론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보다 HBM 대응에서 가장 뒤처진 만큼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단 의견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HBM 방점을 찍고, 메모리 가격도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AI를 제외한 전통 서버와 스마트폰 등 IT 수요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시장의 기대감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