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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가 대두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내년에 화석연료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노르웨이의 기술 컨설팅 업체 DNV를 인용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에 맞추는 넷제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최근 5년간 급증했지만, 아직 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DNV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탄소 배출량은 현재보다 4% 감소하고, 2050년까지 46% 감축될 전망이다. 또 2050년까지 화석연료가 세계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80%)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목표치(0%)에는 못 미친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멈춘 것은 아니다. 2018~2022년까지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5년간 신규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량 절댓값도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산업혁명 직전 대비 지구 외기 평균온도의 상승값을 최대 1.5℃로 묶어두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레미 에릭슨 DNV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세계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인류는 이전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역대 최대치를 찍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대두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해외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발전을 우선시하겠다는 취지다. 원자력 발전 계획을 폐기한 독일에선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미국에선 셰일가스를 비롯해 석유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늘리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카타르 등 중동에서 생산한 천연가스 중 일부가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중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을 확대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에너지 전환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6일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를 통해 1.5℃ 기후계획을 달성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현재 태양광 및 전기차 업계의 생산 역량 확대가 1.5℃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두 가지 기술만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격차 해소를 위해 감축해야 하는 배출량의 3분의 1이 제거된다.
다만 넷제로 목표 달성은 막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 가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EA에 따르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환에 연간 약 4조5000억달러(약 608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2023년 세계 에너지 전환 예상 투자 규모는 1조8000억달러(약 2434조원)에 그쳤다.
IEA는 앞으로 10년간 과감한 전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3배 증가,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증가, △전기차 및 히트펌프의 판매량 급증,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량의 75% 감소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할당된 배출량 감축 목표의 80% 달성이 가능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