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는 조선 사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갖추고 스마트조선소로 사업장을 혁신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메탄올 추진선 시장 선도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이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적합해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사가 늘고 있다.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3조6200억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9척을 수주했다. 이를 포함해 누적으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43척을 수주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달 1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1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Laura Maersk)호’ 명명식에 참석했다.
친환경 선박을 제조할 때 필요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 두산퓨얼셀, 하이엑시엄, 노르웨이선급(DNV)과 컨소시엄을 맺고 600㎾급 고효율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개발해 장착하기로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한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기술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4월 제너럴일렉트릭(GE), 플러그파워, SK E&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에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 유통, 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운송할 4만㎥급 대용량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게 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만·4만·7만4000㎥급 LCO2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며 글로벌 경쟁사보다 앞서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그리스 캐피털마리타임그룹과 총 1816억원 규모의 2만2000㎥급 LCO2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탄소 포집·저장(CCS)산업이 커지면서 이를 운반하는 LCO2 선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CCS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CCS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50년엔 76억t의 탄소를 포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선박 기술 주도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수소엔진의 첫 단계인 LNG·수소 ‘혼소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엔진은 디젤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각종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인 친환경 엔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내 수소 비중을 더욱 높인 혼소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에는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해 육·해상 수소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소를 영하 250도로 액화해 부피를 줄인 뒤 선박에 보관하는 액화수소 화물창 기술도 개발 중이다.친환경 기술 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도 확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독일 HD유럽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500만유로(약 220억원)를 투자해 현지 파트너와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연구 인력을 지속 채용해 기술 개발에 힘을 싣는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해 ‘F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을 활용해 생산을 최적화·자동화한 스마트조선소 구축 사업이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작업 관리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2030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가 마련되면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공정 지연과 재고 발생이 크게 줄어든다. 스마트 기술과 로봇의 사용으로 사람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