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대표가 국정감사 사상 처음으로 국감장 마이크를 잡았다. 이화전기 등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 거래정지 사태를 두고 기업과 당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나아가 추가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시장교란행위를 막는 제도 입법도 제안했다.
당사자 격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가 공석인 가운데 답변을 맡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과 해결책을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독점적 지위' 해소를 명분으로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피감기관에선 벗어났기 때문에 증인으로 신청되더라도 국감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명분이 있다.
11일 진행된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을 향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단 김 위원장께 묻는다)"며 "한국거래소는 공시 체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두 사례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의원이 첫 사례로 든 것은 네이처셀이다. 지난 4월 7일 골관절염 신약 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한 식약처 품목허가 반려 공시가 있었다. 회사가 관련 문의를 장전 거래소에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개장 이후 관련 공시를 했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거래소 측은 담당자의 실수라고 말했다"며 "잘못된 소식으로 수일간 종목이 급등했는데…공시의 기본은 시장이 열리기 전에 해야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중요한 정보는 개장 전 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 사례는 이화전기다. 앞서 지난달 1일 한국거래소는 경영진 과실로 거래가 정지된 이화그룹 3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들 기업이 이의신청을 한 가운데 현재 재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지난 5월의 공시에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이 이화그룹의 김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이들 종목들의 거래를 정지했다. 이에 기업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혐의 발생 금액을 낮춰 공시하자 거래를 재개시켰지만, 이내 한국거래소는 해당 공시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시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주식 매매를 두고 이례적으로 한국거래소가 번복을 하면서 투자자 손해가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메리츠증권의 책임도 부각됐다. 메리츠증권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된 5월10일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 5838만2142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10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400억원을 투자한 이후로 주식으로 바꿔 장내 매도하는 식으로 처분해 왔다. 손실을 피해간 매도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번 일이 '투자자 책임' 등의 통상적 말과는 관련 없다는 것 알거라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대주주의 공시와 거래소의 업무 처리 미숙이라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폐지 최종 확정 전까지는 거래정지를 하지 않는 사례들도 많으니 당국에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부분들 검토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리츠증권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만큼 내부통제가 상당히 미흡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주주연대범연합 대표)도 발언했다. 김 대표는 "배임과 횡령으로 얼룩진 이화그룹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이 피해를 확산한 2차 책임은 한국거래소에 있다. 성급히 거래를 재개시켰다가 불과 5시간 만에 거래재개 당일 장중 재정지라는 우리 증시사상 초유사태를 야기한 한국거래소는 업무 과실을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리 기업은 증시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이들 대신 피해자가 처벌 받는 게 우리 사회의 정의인지 묻고 싶다"며 "이번 상장폐지 결정으로 38만 주주들의 삶에 경제적 사형선고가 내려졌다"고 했다.
이들은 주주연대 차원에서 기업 회생과 경영권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이 액트를 통해 4000명에 육박하는 주주들의 보유주식을 모아 지분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핵심 기업인 이화전기에 대해선 1대주주(이트론)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다. 김 대표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주주로 올라선 피해자들에게 거래재개 기회를 부여해야 마땅하다"며 "경영권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소액주주들을 위한 제도적 제안을 했다. 김 대표는 "국회는 특검으로 이화그룹과 메리츠증권간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주길 바라며 증시교란행위 특별법 제정을 논의할 것을 부탁한다"며 "증시교란행위에 대한 상시적 감시체계 구축과 형량 강화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세력들을 우리 증시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 또 기업 오너의 범죄를 방조하고 협력한 이사회와 경영진에게도 강력한 처벌과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경제 관련 전과자가 지배하는 기업의 경우 상장 자체를 막을 수 있도록 엄격한 상장심사 절차가 꾸려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해당 이슈들을 면밀히 살펴본 뒤 거래소 등 관계당국과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