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는 12년 경력 개발자입니다. △토스 △29CM △스타일쉐어 등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했죠. '나만의 일을 해보자' 결심에 작년 퇴사를 했습니다. 당장 정규직을 나오고 월급이 끊기자 생활비를 벌 길이 막막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자금은 계속 들어가더군요. '창업하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사실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의 남는 시간을 구독 형태로 팔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저의 개발 역량을 필요한 스타트업과 월 단위로 계약했어요. 일주일에 보통 20시간, 3일을 사이드잡으로 일했죠. 창업 준비를 하면서도 플랫폼 수익으로만 1년 동안 1억원 정도 벌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자를 꿈꾸고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직장을 나온 이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기술 창업에 나섰지만, 매월 나가는 고정비가 발목을 잡았다. 남는 시간에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매달 외주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사보다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대기업 직장인 부럽지 않게 월급을 받는다. 토스 출신 개발자 임종혁(31)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스페이스와이가 운영하는 사이드잡 플랫폼 디오(DIO)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 임종혁(31) 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벤처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토스 △LINER △스타일쉐어 △29CM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죠. 작은 팀도 거쳤고, 큰 기업도 다녀봤지만, 다음 도전에 대한 갈망은 계속 생기더군요.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창업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해 퇴사를 결심했죠."
Q. 곧바로 창업에 나서지는 않았군요.
"정규직을 나오자 막막했습니다. 생활비를 어떻게 벌지, 창업 준비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죠. 제가 가진 개발 역량을 그대로 살리면서 다른 팀들을 돕는 외주 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저의 시간은 아끼면서 창업 준비하는 동안 자금이 계속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Q. 사이드잡 플랫폼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기존에도 보통 개발자들이 찾는 채널이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프로젝트 올라오는 곳이죠. 회사들이 프로젝트 목표를 올리면, 개발자들이 지원하는 형식입니다. 여러 사람이 지원할 경우 경쟁률도 높죠. 기존에 쌓아뒀던 이력이나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개발자에게는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죠. 물론 주변 소개를 통해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력풀이 적잖아요. 플랫폼은 마치 결혼정보회사 같습니다. 개발자와 회사를 중간에서 중개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포트폴리오가 없더라도 현업 경력을 보고 어떤 팀이랑 잘 맞을지 매칭을 해줍니다. 보통 AI 알고리즘을 돌리거나, 오퍼레이터분들이 연결을 해준다고 합니다."
Q. 계약 형태는 어떤가요.
"개발자를 매달 '구독'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 회사와 매칭을 하면 월 단위로 갱신하는 시스템이죠. 주당 평균 25시간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저의 본업 프로젝트가 끝나면 오후나 주말의 시간에 사이드잡 일을 하죠. 저는 보통 하루 5시간 정도를 일합니다. 그 이상을 넘기면 개발 퀄리티 상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Q. 시간 단위로 구매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현직 개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최상급 개발자들은 창업 초기 멤버로 끌어들이는 것도 힘들죠. 연봉을 맞춰 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그들의 시간을 구독하면 대략 3분의 1 가격 수준으로 개발자를 쓸 수 있습니다. 저처럼 프리랜서 개발자들은 한 번에 여러 스타트업과 계약을 하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죠."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창업이 본래 목적입니다. 그 남은 시간에 사이드 잡을 하고 있습니다. 평일은 오후나 밤늦게, 주말을 활용해 일합니다. 협업하는 회사에서 회의도 요청할 경우에는 오전 시간에도 일하는 것이 가능하죠. 서로 소통하고 협의를 통해 하고 있습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1년 넘게 활동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도 많았습니다. 가장 처음 경험한 시행착오는 처음 계약할 때의 얘기와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맡은 업무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A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B, C까지 해야 했죠. 한 달이면 끝내는 일이 아니라 매주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워야만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초기부터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첫 미팅 때 어떻게 일을 중장기적으로 완수할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보통 주간 15~20시간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매달 수익은 500만~1800만원 정도 발생하고 있죠. 일주일에 적으면 3일, 잠깐이라도 미팅을 하면 5일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본업을 하면서도 사이드잡 회사와 소통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메신저도 항상 열려 있죠. 약 1년간 플랫폼 수익으로만 1억원 정도 벌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1년간 6개 팀과 일했습니다. 한번은 앱 개발을 도우려 합류했던 팀에서 서버 비용에 대해 고민하더군요. 예전에 일했던 경험이 생각나더군요. 간단한 작업으로 3개월 치 서버 비용을 줄여 줬죠. 12년 동안 쌓은 개발 역량으로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발 외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팀에서 SW 제품을 어떻게 만들지, 팀 프로세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요청도 받죠. 함께 일하는 팀의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45세에 첫 창업을 하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만드셨다고 하더군요. 도전에는 늦을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Q. 퇴직자나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제 주변 개발자들의 공통으로 '적지 않은 월급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할지, 아니면 도전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다고 번듯한 일자리를 그만두고 나오자니 부담이죠. 그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자기 일하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개발자들에게 기회죠. 그동안 쌓아 왔던 역량과 노력으로 값진 결과를 내는 경우도 봤습니다. 세상에는 도전하면서도 굶어 죽지 않는 방법도 많습니다. (웃음)"
Q. 최근 창업 시장은 어떤가요.
"불황기입니다. 도전하는 분들이 줄어든 것이 체감됩니다. 공동 창업이나 초기 팀원을 찾으려고 해도 기존 직장에서 나오는 것을 다들 두려워하고 있죠. 이제 진짜 진정성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창업가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개발자를 꿈꾸고 공부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는 항상 어딘가에 안주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익숙한 일을 하기보다 챌린지할 수 있는 업무가 없을까 고민했죠. 그런 부분이 저를 발전시켰던 것 같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