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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800개 조합' 수능 손질…내신 5등급제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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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핵심은 평가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과목 선택에 따라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표준점수가 달라져 유불리가 크게 갈렸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설계자로 불리는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현재 수능은 선택과목 조합이 800개가 넘는 복잡한 수능”이라며 “모든 학생이 동일 영역에서 시험을 본다는 점에서 현재 수능보다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심화수학’ 신설 방안도 검토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학생이 사회·과학을 공통으로 시험을 보며 문항은 사회·과학 전반의 핵심 내용을 다루는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에서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수능 점수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진정한 문·이과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수능으로 바뀌는 대신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미적분Ⅱ’ ‘기하’를 따로 과목으로 만들어 절대평가하는 방식이다. 수능에서 논·서술형 문항은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에 논·서술형을 출제하면 사교육 증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모든 학년이 전 과목에 동일한 5등급 절대평가 체제(상대평가 병기)를 적용한다.

지난 6월 발표된 안에서는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지만 달라졌다. 기존 안대로라면 고1 경쟁은 지나치게 과열되고, 고 2·3의 성적은 부풀려져 변별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을 반영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 부총리는 “기존에 예고된 평가 방식은 고1 때의 성적을 2·3학년에 열심히 해서 만회할 길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라며 “학년별로 다르게 설계된 내신 평가 방식은 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통합사회·과학 도입에 사교육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안이 완벽하진 않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으로 내신은 성취평가제,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는 미래 교육의 방향이 명확해졌다”며 “2033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교 내신에서도 상대평가를 병기하더라도 5등급으로 등급을 단순화해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다. 현행 9등급제에서 1등급은 4%, 2등급은 7%에 불과하다. 하지만 5등급제에선 1등급 10%, 2등급 24%로 늘어난다. 3분의 1의 학생이 2등급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수업당 학생 수가 줄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체제에선 20명 이하 학생이 듣는 수업에서도 1등급이 나올 수 있게 됐다”며 “또 상대평가를 병기함으로써 성적 부풀리기 우려를 줄일 수 있어 변별력을 갖춘 대학 입학 전형 자료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능에서 과학과 사회의 일반 선택과목(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지리, 역사, 사회문화, 윤리)이 빠지면서 고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장은 “통합과학, 통합사회는 1학년 과목으로 수능을 보는 3학년 때는 학교에서 준비해 줄 수 없다”며 “결국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화수학 도입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가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통수학만으로는 이과에서 필요한 수학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많은 대학에서 심화수학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입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이혜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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