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뤼크 베송 감독의 ‘도그맨’ 상영은 끝났지만, 1000명이 넘는 관객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역시 뤼크 베송’이라며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영화인가’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도그맨’은 어린 시절 학대받아 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다. 미국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연기한 ‘더글러스’는 사회에서 소외된 채 개들과 시간을 보낸다.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고, 밤이면 여장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두고 경쟁할 정도로 호평받았지만, 더 가디언 등 일부 외신은 ‘올해의 가장 터무니없는 영화’란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레옹’(1994) ‘제5원소’(1997)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뤼크 베송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한국을 찾은 그는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이 영화에 몰두한 모습을 봤다”며 “개인적으로 감동적이고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신은 불행이 있는 곳마다 개를 보낸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더글러스는 마치 개처럼 철창에 갇혀 자라고, 아버지로부터 총격을 입는 등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다. 감독은 “실제로 자기 아들을 4년간 철창에 가둔 아동 학대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유년기에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개와 교감하면서 선한 길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했다.
개는 영화 내내 더글러스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등장한다. 더글러스의 개들은 완벽에 가깝게 그의 말을 이해한다. 이들은 부잣집의 다이아몬드를 몰래 빼내 오고, 집에 침입한 갱단을 조직적으로 처치하는 모든 과정에서 더글러스의 손발이 돼준다.
2년의 촬영 기간 동안 115마리의 개와 호흡을 맞췄다. 수십 마리의 개가 촬영 의도에 맞게 움직여주는 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해야 했다. “더글러스가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는 감정 연기 장면에서 한 강아지가 그를 위로하듯 옆으로 와 그를 핥아줬다”며 “이런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기적처럼 모여 카메라에 담겼다”고 회상했다.
감독으로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일상 속의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가족과 직장, 반려동물 등 다양한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고통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사람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양보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도그맨’은 올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뤼크 베송 감독은 “오래 살아남는 영화, 보고 싶은 영화, 보고 나서 즐거움을 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