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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저평가 일본주식에 대한 기대감은 당분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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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일본은 올해 4~6월 전분기 대비 +1.5%, 연율화 기준 +6%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었고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수입은 줄었으며 리오프닝 이후 외국인 관광객 소비도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무려 33년 만의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3,442억달러로 본격화된 순매수 흐름은 6월 1억1,301만달러, 7월 1억5,389억달러, 8월 1억1,041억달러, 그리고 9월 8,412억달러로 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주식이 6월부터 순매도 흐름이 지속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9월 말 기준 일본주식 보관액은 33억1,556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로 9개월 만에 무려 27%가 늘어났다. 참고로 중국주식 보관액은 전년 말 대비 26% 감소하며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시장의 어떤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잃어버린 30여년 중 일본 주식시장은 크게 3차례 정도의 눈에 띄는 랠리가 있었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1998년~2000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2003년~2006년, 그리고 아베 신조 총리의 2012년~2017년에 해당하는 기간이 대표적인데 집권내각의 구조개혁 정책이 대세상승을 뒷받침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같은 노력들은 결국 한계를 보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상승랠리의 상당분을 반납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면서 일본 주식시장에 고질적인 저평가의 후유증을 남겼다. 그런 탓인지 일본 증시의 랠리에는 의심 섞인 물음표가 뒤따른다.

이번 일본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역대급 엔저효과와 주주환원 강화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일단 엔저현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일본증시 상장기업들 중에는 수출기업이 많기 때문에 엔저효과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주가상승에 기여한다. 최근 어닝시즌에서 세전이익 기준 시장예상을 상회한 기업들이 70%에 달했다. 여기에 탈중국 공급망 개편과 리쇼어링 과정에서 수혜를 받게 될 반도체 등의 소부장 기술주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상승장을 이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적개선에 더해 향후 중장기적인 엔화의 강세전환 가능성, 즉 환차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요인이 서로 일견 상충되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두 요인이 동시에 극단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담겨있다. 이런 기대요인들을 반영해 일본주식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국내 ETF 신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주주환원 강화 정책도 고무적이다. 지난 4월 도쿄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상장기업들에게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가상승을 위한 적극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7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엄선된 JPX Prime 150 지수를 새롭게 내놓으면서 주주관점의 기업가치 창출에 기반한 대표지수 도입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루려는 의지를 반영했다.

해외 투자자와 위탁자금들이 이들 150개 대표기업에 주목하게 된다면 지수편입을 위해 기업들의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같은 달 일본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계획이 월간기준 역대 최대였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은 상장기업의 40% 이상이 PBR 1배 이하에서 거래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된 국가 중 하나이다. 반면 대차대조표에서 순현금(현금-부채)을 보유한 기업비율이 50%에 달해 주주환원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저평가 우량주를 장기보유하는 워런 버핏이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상사주를 비롯한 일본주식 지분을 늘린다는 소식으로 해외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일본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녹아 있다.

한편 10월 초에 공개된 3분기 대형 제조업 단칸지수는 시장 예상치인 6을 넘어 9로 발표되면서 2분기 값인 5도 웃돌았다. 0보다 클 경우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인데 지난 1분기에 2년래 최저치에서 벗어난 이후 2개 분기 연속 개선세를 이어간 것이다. 자동차와 전자 업체 등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경제의 꾸준한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비제조업 단칸지수 역시 27로 시장 예상치 21을 상회하면서 지난 1991년 11월 이후 최고값을 기록했다. 여름시즌 휴가 수요와 되살아나고 있는 외국인 인바운드 여행객 수요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대형기업들의 응답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자본지출도 13.6%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 회계연도 자본지출은 11.7% 증가한 바 있다. 이같이 최근 단칸지수에서 보여준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개선 흐름들은 비록 현재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의 회복도 더디지만 현지의 대형 기업들이 향후 3개월을 내다보는 시각이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BoJ(Bank of Japan) 위원들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있는 한 통화완화는 지속되며, 장기금리는 금리 변동폭을 넓힌 뒤에도 안정적인 모습이라 통화정책의 추가수정이 아직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완화정책 종료를 위해선 다양한 요소들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적어도 춘계 단체 임금협상이 있는 내년 상반기 이전에 급진적인 정책변화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미 연준이 아직 매파적이고 BoJ는 통화완화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엔화가 단시일 내에 급격히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낮다는 의미이다.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제반환경과 현지의 긍정적 시각, 그리고 단기 통화완화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저평가된 일본주식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33년 만에 신고가에도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엔저에 따른 수출주 실적개선, 주주환원 강화와 해외자금 유입, 설비투자와 인바운드 여행객 수요 기대감 등을 배경으로 재평가 과정을 통한 레벨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변화로 이목을 끌며 재조명되고 있는 일본 증시의 도전이 오랜 세월 누적된 의심 섞인 냉소적 시선을 극복하고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투자자들의 높아진 관심에 화답해 주길 기대해 본다.

*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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