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해 시민들의 발을 묶었을 때도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와 강남구 가로수길의 애플스토어엔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애플의 주요 제품들이나 나이키 신발은 이미 수많은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 혹은 대리점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이렇게 오프라인 스토어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두 브랜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능들에서 오프라인 스토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키워드1 :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IFC몰에 애플스토어가 처음 오픈하던 날,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객을 받았음에도 새벽 5시50분에 1호 손님이 도착하고 대전에서부터 KTX를 타고 와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그들은 온라인을 통해, 혹은 집 앞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음에도 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을까요.이러한 현상은 '커뮤니티'의 속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은 충성 고객들을 하나의 '애플 커뮤니티'로 관리해 왔습니다. BTS에 열광하는 '아미(ARMY)' 팬클럽 커뮤니티의 팬심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에 속한 애플의 얼리어답터 그룹 일원들은 새로 생기는 애플스토어의 개장에 맞춰 입장함으로써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낍니다. 오프닝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라는 애플의 교육 커뮤니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애플은 오프라인 애플스토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애플 소속의 전문 인력이 영상, 코딩, 사진, 음악, 그림, 디자인 등 애플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고 참여자들과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갔습니다.
애플의 안젤라 부사장이 "모든 애플스토어의 중심에는 우리가 속한 지역 사회 일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설명한 기획 취지에서 우리는 애플이 얼마나 지역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하는 판매점의 역할을 넘어 이렇게 소비자들의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키워드 2 : 큐레이션 기능
일본 여행을 가는데 나에게 적합한 호텔을 찾기 위해 며칠동안 인터넷을 뒤지지만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 없이 많은 여행 블로그들은 어느 것이 진짜 정보인지 구분해 내는 것도 어려워서 결국은 일본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최근에 일본에 방문한 친구에게 전화해서 추천을 받아 호텔을 정하곤 합니다.오프라인 스토어의 '큐레이션' 기능이란 쉽게 말해 이러한 일본 전문가 친구의 역할을 말합니다. 나이키는 주요 플래그쉽 직영 매장에 '나이키 엑스퍼트(Nike Expert)'라는 기능을 도입해 사전에 예약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1대 1로 전문가들의 제품 추천 및 스타일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만의 제품을 커스텀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스토어들은 이렇게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형태를 넘어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제안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온라인의 판매 기능은 더 커졌지만 소비자들은 사회적인 접촉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오프라인 스토어들은 체험과 경험의 제공에 더해 소비자들 간의 커뮤니티 역할을 제공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전문가로서 제안하고 조언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