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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던 3M이 퇴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로 신제품을 쏟아내던 과거와 달리 단기 수익 개선에만 매달리면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3M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3M의 혁신성이 퇴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비디오테이프 등 히트 상품을 내놓던 과거와 달리 신제품 출시를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제품 출시 빈도는 줄었고, 개발 속도도 느려졌다. 존 바노베츠 3M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02년 광산업체로 출발한 3M은 공격적인 R&D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스카치테이프, 산업용 방진마크스, 포스트잇을 내놓는 등 다수의 히트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49년부터 18년간 3M 회장으로 재직한 윌리엄 맥나이트가 이 같은 혁신 기반을 다졌다.
맥나이트 회장은 세 가지 경영 원칙을 세웠다. ‘10%, 30%, 15% 룰’이다. 최근 1년 내 개발한 신제품 매출이 총매출의 10%를 차지하고, 4년 내 개발한 신제품이 매출의 30%가 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두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원들에게 업무시간의 15%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혁신을 장려하는 3M의 기업문화는 2018년 마이크 로만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퇴색했다. 경영진이 연구팀의 신제품 개발안을 등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신제품 개발 대신 기존 제품의 점진적 개선을 우선시했다.
이 같은 경영 전략으로 R&D 투자도 줄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은 2017년 5.8%에서 지난해 5.4%로 0.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판매 및 관리비는 급증했다. 2017년 65억7200만달러에서 지난해 90억3700만달러로 5년 새 37% 늘었다. 39년간 3M에서 재직한 로버트 애스무스는 “3M의 고위 경영진은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더 많은 시제품을 생산한 뒤 어떤 제품이 성공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M의 경영 실적은 악화했다. 2018년 3M의 영업이익률은 23.5%에서 지난해 21.6%로 1.9%포인트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3M 실적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사업 경쟁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액정 디스플레이(LCD) 시장을 지배하던 3M의 다층 광학 필름은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내외부 연구진의 비판에도 3M 경영진은 R&D 투자 대신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로만 CEO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8500명을 감원했다.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2018년 로만 CEO가 취임한 이후 지난 5일까지 3M 주가는 53.32% 하락했다. 올 들어선 26.28% 떨어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