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창사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의 일관제철소는 쉬지 않고 가동하는 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면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포스코의 고로 가동이 멈추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포스코 노조는 지난 5일 24차 교섭을 끝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10일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예고돼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직원들에게도 합리적인 대우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는데 반영되지 않아 파업 수순을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노조의 중앙노동위 조정 신청은 포스코 창립 후 처음이다. 조정 신청과 동시에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강타한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에 대한 직원들의 노력 등을 근거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 사항을 모두 합하면 86건이다.
사측은 이 같은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기본임금 16만2000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지원 등 내용을 담은 협상안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노조의 요구사항을 인건비로 계산하면 1인당 9500만원가량이다. 지난해 포스코 근로자의 평균 연봉(1억800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면 1조600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연간 포스코 인건비의 7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했다.
5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지난달 “포스코는 자원도 기술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50년 동안 지속해서 발전해왔는데, 여러 성장 원동력 중 첫 번째는 노사 안정이었다”며 “회사 내부 이슈로 조업이 중단된 철강사는 종국에 파멸로 이른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김 부회장이 언급한 회사는 영국의 브리티시스틸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한때 글로벌 기업이었으나 1970년대 파업을 반복하며 최장 103일에 이르는 파업을 이어가다가 소규모 철강회사로 전락했다. 이후 대형 일관제철소 파업은 거의 사라졌다. 특히 국가기간산업인 철강회사의 파업은 제조업 위주인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파업으로 이어지면 산업 전반의 피해도 예상된다.
포스코는 아직 파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최대한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했지만 평균 5.4%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는 등 회사로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원만한 교섭 타결을 위해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