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포탄이 발사됐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의 공격으로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이 점령한 셰바 농장에 로켓과 포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셰바 농장 지대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접경지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모두 이곳을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이스라엘이 점령 중이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분쟁지역에 있는 이스라엘 진지에 대량의 포탄과 유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하마스가 전날 이스라엘에 가한 대규모 공중·해상·지상 공격에 연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영토에 포격을 가했다. 더불어 드론을 이용해 셰바 지역 하르도브에 위치한 헤즈볼라 주둔지를 공격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2006년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골란고원을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해 34일간의 전쟁을 벌였고, 이 전쟁으로 1000명 이상의 레바논인과 15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나서면서 이번 충돌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하마스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며 "이제 하마스와 그 동맹, 이란의 후원자들을 명백하고 분명하게 규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서부에 있는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 중인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전날 새벽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는 등 육·해·공을 통한 기습 공격에 나섰다. 하마스의 대대적인 공세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으로 맞받아치면서 양측에서 5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인 수십 명을 인질로 잡았고,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군사 역량을 파괴하기로 결정하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하마스의 살인적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이 시작됐다"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