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라는 메가트렌드를 타고 세계 제약·헬스케어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일라이릴리가 ‘먹는’ 비만약에 승부수를 던졌다. 배나 허벅지에 주사를 놓는 기존 비만·당뇨 치료제를 알약으로 개발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데이브 릭스 릴리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25년 경구용 비만 치료제 연구결과를 내놓아 1위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릭스 회장은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시장 점검을 위해 5년 만에 방한했다.
릴리는 제약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세계 비만약 시장의 최강자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를 뛰어넘을 것으로 평가받는 신약 마운자로의 허가를 앞두면서 지난 6월 세계 제약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현재 릴리 시총은 5045억달러(약 681조8400억원)에 이른다.
비만약 시장 전망은 밝다. 세계 비만 인구가 2035년 19억 명에 이르고 당뇨병, 뇌졸중, 심장마비, 골관절염 등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심축이 항암제에서 비만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릭스 회장은 “비만이나 당뇨병은 평생 환자를 괴롭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릴리의 제1 목표는 사람들이 더 오래 그리고 활기차게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당뇨 명가’ 릴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약물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제를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릭스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선진국이 된 부유한 나라면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약·헬스케어 영역에서 굉장히 매력 있고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이어 “릴리는 매년 매출의 25%가량을 R&D에 투자하는 만큼 더 나은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며 “다양하고 유연한 정책을 통해 한국에서도 혁신 신약이 빠르게 허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