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인기를 끌고,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출시가 임박하면서 소비자의 식품 구매 성향까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만약이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존 퍼너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만약이 사람들의 소비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완전히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면서도 “비만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간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이전보다 상품을 적게 구매하면서 소비 가능한 칼로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사업 전략을 짜기 위해 소비자 구매 빅데이터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고비 등 비만약을 구매하는 사람의 소비 성향과 약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의 소비 성향도 비교할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6월 미국에 출시한 위고비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이다. 매주 투여하면 포만감을 높여주는 원리로 체중 감량을 돕는다. 월간 투여 비용이 2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의 ‘다이어트 비결’로 입소문을 나면서 세계적 품귀 현상까지 겪고 있다. 미국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비만약 수요 증가가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감자칩 ‘프링글스’ 등을 판매하는 식품 기업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레인 CEO는 “(비만약이) 경영 상황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과자 등의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위고비 돌풍’은 이미 덴마크의 경제 구조까지 바꿨다.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올해 연간 GDP 증가율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 조정하면서 배경으로 ‘노보노디스크 등 제약업 생산량 증가’를 꼽았다. 덴마크 수출 1위 국가도 독일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위고비 등 덴마크산 비만약이 미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