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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넌 2', '발락' 앞에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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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프랑스 타라스콩의 한 성당. 한 신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지의 성직자들도 차례차례 참변을 당한다. 모두 기독교에서 금기로 여기는 자살이나 중세에 악마를 정화하기 위해 거행한 화형의 형태였다.

이 모든 건 악령 ‘발락’이 벌인 짓이다. 거룩한 수녀의 모습을 한 발락은 한마디로 엄청나게 강한 악령이다. 성당에 있는 성수를 부글부글 끓게 하는가 하면, 성모상에 깃들어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의 앞에선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 신성한 그리스도 성전마저도.

지난달 27일 개봉한 ‘더 넌 2’(사진)는 이렇게 시작한다. ‘넌(nun)’은 우리말로 수녀다. 수녀 형상의 악령을 봉인하기 위한 ‘아일린’ 수녀의 퇴마록을 담은 영화다. 공포영화의 기본인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에 충실하면서도 성물을 찾는 과정의 어드벤처,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볼거리까지 적절히 가미했다.

영화는 ‘컨저링’(2013) ‘애나벨’(2014) 등으로 10년째 이어져 온 ‘컨저링 유니버스’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 내내 가장 강력한 악령으로 묘사된 발락의 기원을 그린 프리퀄이다. 세계적으로 약 3억6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시리즈 최대 흥행작 ‘더 넌’의 후속이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더 넌 2’는 이전 작품에서 4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다. 아일린 수녀와 방랑자 ‘모리스’가 발락을 봉인한 터였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발락은 모리스의 육신에 깃들어 있었고, 힘을 되찾기 위해 유럽 곳곳을 누빈다. 봉인 수단이 ‘그리스도의 성혈’에서 ‘성 루치아의 눈’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전작의 흐름과 비슷하다.

전작 ‘더 넌’은 흥행과 별개로 ‘별로 무섭지 않다’고 혹평받기도 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악령이 우스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시리즈에서 발락이 멀쩡하게 돌아다닌다는 게 미리 알려진 것도 ‘더 넌’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이번 작품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기존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연출도 돋보인다. 영화 중반부 매대에 꽂힌 100여 권의 잡지 표지가 넘어가며 악령을 형상화한 장면은 압권이다.

줄거리의 짜임새도 보강했다.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정착한 모리스와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간 가족애를 중심으로 악령 퇴치의 개연성을 확보했다. 다른 컨저링 시리즈와의 서사적 연결성, 베일에서 벗어난 발락의 정체 등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도 갖췄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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