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국가대표 여자 복식 파트너인 전지희(31)와 신유빈(19)이 남북한 대결에서 승리하며 한국 탁구에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궁수캐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4-1(11-6, 11-4, 10-12, 12-10, 11-3)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탁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2년 부산대회 남자 복식의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의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처음이다.
이번 메달은 전지희와 신유빈이 종합국제대회에서 따낸 생애 첫 금메달이다. 이들은 2021년 도하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복식 금메달을 합작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복식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지희는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통한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탁구를 계속하기 위해 2011년 한국으로 귀화해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후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내가 수준이 떨어지면서 더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가고 있었는데, 한국이 다시 탁구 인생의 기회를 줘 제2의 인생을 출발할 수 있었다”며 감격해했다.
신유빈은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은 선수다. 처음 출전한 종합국제대회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당찬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19년부터 복식조로 활약한 전지희와 신유빈은 각자의 강점으로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는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탁구 최강’ 중국팀이 8강에서 모두 탈락한 덕분에 중국 선수를 상대하지 않고 결승까지 오르는 행운도 누렸다.
대신 결승에서 북한을 만나 남북 대결의 부담을 안아야 했다.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남과 북이 결승전에서 맞붙은 것은 1990년 베이징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다. 이번 대회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성사된 남북 결승 맞대결이기도 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한국 탁구 역사를 새로 썼다. 1게임부터 힘과 속도를 앞세워 북한을 압도했다. 1, 2게임을 수월하게 따냈지만 3게임은 북한의 역습으로 접전을 펼친 끝에 북한에 내줬다.
그래도 두 선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4게임을 듀스 승부 끝에 잡아내며 흐름을 다시 가져왔고 5게임에서는 5-0으로 앞서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금메달 포인트에서는 긴 랠리 끝에 상대 공이 네트에 걸려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전지희-신유빈 조는 이제 2024 파리올림픽을 정조준한다. 전지희는 “랭킹을 더 올려야 하고 컨디션 관리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파리에서도 유빈이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하던 대로 잘 준비하면서 올림픽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