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영수회담이 추석 연휴에 정가를 달궜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놨던 카드를 8개월여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이 안 풀리니) 사장 나오라고 고함치는 거냐”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추석날 SNS에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드린다”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고 적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이틀 만이다. 지난 8월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영수회담 제안을) 또 한다고 해서 수락할 것 같지 않아 다시 제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정치권은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을 ‘사법 리스크 해소’와 동일시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 수순”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영수회담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자꾸 요청하는 게 국민 눈에는 국면을 전환하려는 방책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지금은 (당내) 통합과 탕평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난달 29일 민주당은 원내 지도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친명(친이재명) 지도체제를 강화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로 친명계 재선 박주민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원내정책수석으로는 재선 유동수 의원이, 원내대변인으로는 초선 윤영덕·최혜영 의원이 선임됐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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