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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에 헌신한 40년…소록도 천사 '마가렛 할매'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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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40년간 한센인을 돌보다가 건강 악화로 더 이상 봉사할 수 없게 되자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선종했다. 향년 88세.

30일 김연준 천주교광주대교구 신부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 29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함께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헌신한 그는 2005년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후 요양원에서 지냈으며,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태생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그는 인스브루크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1966년 소록도에 파견됐다. 그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을 돌봤다.

의료진이 부족하던 시절 진료하러 온 한국인 의사들도 환자들과의 직접 접촉을 꺼렸으나 마가렛은 환자들의 짓무른 손발을 직접 소독하고 고름을 닦아내며 치료를 도왔다.

맨손으로 자신들을 치료하는 것에 감명받은 한센인들이 그를 ‘수녀님’이라고 불렀지만 마가렛은 ‘할매’라는 친근한 애칭을 더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센인 환자 재활 치료와 의료시설 도입, 한센인 자녀 영아원 운영, 한센인 환경 개선 지원금 모금 활동 등에 일생을 바쳤다.

마가렛과 마리안느 두 간호사는 나이가 들면서 몸 상태가 나빠지자 “섬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소록도를 떠나 함께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우리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 받지 않고 한센인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소록도 주민들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한국을 떠난 후에도 선행을 기렸으며 국립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하고 보존하고 있다.

각각 고지선, 백수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2016년 대한민국 명예국민이 됐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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