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6∼2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보유국으로서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기 위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는 문제를 채택했다. 기존 헌법 서문이 ‘핵보유국’ 지위를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엔 핵무기 개발 목표와 방향성을 상세하게 명문화했다. 김정은은 불가역적 핵보유국 지위, 핵무기 생산 기하급수적 증가, 핵타격 수단 다종화와 실전 배치 강력 실행 등을 천명하며 위협 강도를 바짝 높였다. 핵무력 영구화 의지와 핵무기 협상 불가를 못 박은 것이다.
북핵 공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을 법제화했고, 모의 전술핵 타격 훈련을 했으며, 전술핵 공격 잠수함을 건조했다고 주장했다. 남측 맞춤형 800m 상공 전술핵 폭발 훈련, 핵탄두 모의시험, 우리 해군기지와 항구를 파괴할 핵어뢰 폭발 시험까지 실시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전쟁을 한다면 재래식과 전술핵을 결합한 단기전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핵을 실어 나를 온갖 종류의 미사일 실험도 숱하게 해왔고, 방어도 어렵다.
북한의 이런 핵 위협에 대해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미 핵우산 정보 공유, 핵 전력 운용과 관련한 기획·실행에 한국 참여 등 확장억제 전략을 확약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했으나 북한이 핵 공격을 공언한 마당에 이 정도로 우리 운명 전체를 맡기기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핵탄두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기지에 있는 NATO식 핵공유에 비해서도 강도가 떨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없애면서 북한의 무모함만 키워준 데서 알 수 있듯, 미국 정권에 따라 워싱턴 선언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미 대통령이 북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경고했으나, 핵 한 방에 엄청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사전 억제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미국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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