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갤러리 선화랑의 이호현 회장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77년 선화랑을 창립한 고 김창실 대표(1935~2011)의 부군이다. 평양 출생의 이 회장은 부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김 대표와 결혼했다. 서울로 옮긴 후 관세사로 활동했다. 김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선화랑 회장으로서 며느리인 원혜경 선화랑 대표를 도와 경영을 지원해왔다.
46년 역사의 선화랑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갤러리다. 1977년 인사동에 터를 잡은 뒤 1979년부터 1992년까지 미술 계간지 '선미술'을 펴냈고, 1984년부터 2010년까지 '선미술상'으로 국내 신진·중견 작가를 후원해왔다. 서울 근교 작가 아틀리에를 지어 작가들에게 무료로 작업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인기 작가로 꼽히는 서도호·김범·이이남 등이 선미술상을 받은 작가들이다.
고인과 부인은 “예술품은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다. 돈만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예술이 없으면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짐승의 사회가 된다. 예술은 인간만이 누리고 인간만이 가지는 정신의 세계"라고 말해왔다. "이념이나 정치는 사회가 변하면 없어지지만, 살아남는 건 미술품 뿐"이라는 것도 부부의 철학이었다.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장남 이성훈 씨(한국화랑협회 부회장, 선화랑 대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 차남 이경훈 씨(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딸 이명진 씨(갤러리 선 컨템퍼러리 대표), 며느리 원혜경 씨(선화랑 대표)와 최진이 씨가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