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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들이 여전히 워싱턴을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미국의 노인정치'(American gerontocracy)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정가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악시오스의 평가대로 워싱턴의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80대다. 1942년생으로 역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82)가 대표적이다. 팬데믹 기간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 전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매코넬 대표와 동갑이다.
80대 리더십은 민주당 내에서도 굳건하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83)과 짐 클라이번 전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82) 역시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숨은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까지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할을 한 스테니 호이어 의원(84)도 80대다.
80대를 넘어선 현역의원도 있다. 미국 현역 최고령 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90세다. 그는 올들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뒤에야 차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건강 논란으로 인해 '80대 현역, 90대 은퇴'라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이 원칙이 꼭 지켜지는 건 아니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물러나도 미국 내 현역 최고령 나이는 90대로 바뀌지 않는다. 파인스타인 의원과 동갑인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 의원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6년 상원 의원 임기를 마치는 2028년에 그의 나이는 96세가 된다.
80대가 넘는 현역 정치인이 늘면서 미국 의회 평균 나이도 수직 상승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상원 의원의 평균 연령은 64.7세다. 역대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상원 의원의 절반이 65세를 넘었고 80대 상원 의원 수만 8명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인들의 연령이 전체 인구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베이비 부머(1946~1964년 출생)지만 미국 전체인구에서 베이버 부머 비중은 21%에 그친다.
악시오스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리더십 연령이 올라가는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 중 미국 리더십의 고령화가 특히 심한 것은 주요 직군의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미국의 연방 법원 판사들은 종신제다. 미국 연방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의 연령 하하선은 두고 있지만 연령 상한선은 따로 없다. 연방 경찰 등 법 집행관이 65세, 일부 주 판사가 70세 로 연령 제한이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
나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코넬 대표가 건강 논란을 일으키면서 고령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19일 NBC방송이 실시한 내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74%)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62%)보다 높게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로 민주당 선거 전략가로 활동한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나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마칠 때 그의 나이가 86세로 90세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은 내년 선거에서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거겐은 "바이든과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이 빨리 물러나서 젊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