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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도박사들 '원픽'은 中 찬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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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국내 출판업계에는 비상이 걸린다.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10월 첫째 주 목요일에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자는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달 5일 오후 8시(현지시간 오후 1시)에 공개된다. 지금쯤 ‘OO가 유력하다’는 힌트라도 있으면 출판사들이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란 띠지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의 한림원은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넋 놓고 기다릴 출판사들이 아니다. 몇몇 출판사는 벌써부터 ‘2023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라며 마케팅을 펼친다. 역대 수상자와 학계에서 추천한 명단은 ‘50년 기밀’인데, 출판사들은 무슨 근거로 ‘유력 후보’란 딱지를 붙일까.
○도박 사이트가 알려준 후보들

출판계가 참고하는 건 뜻밖에도 도박 사이트다. 2006년 영국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레드브룩스가 그해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을 맞히면서 그렇게 됐다. 지금은 나이서 오즈란 사이트가 주요 가늠자다. 아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맞히는 판이 열린다.

정확도는 꽤 높은 편이다. 작년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는 당시 베팅 금액 기준 3위였다. ‘돈만큼 정확한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몇몇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수상자들은 대부분 나이서 오즈 베팅 상위권이었다”며 “노벨위원회가 성별, 대륙 안배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이자 ‘최근 유럽 출신이 연달아 상을 받았으니, 올해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출신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후보가 압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박 사이트가 지목한 올해 유력 후보는 누굴까. 현재 나이서 오즈 베팅 1위는 중국 소설가 찬쉐(본명 덩샤오화)다. 사실적인 감정 묘사 덕분에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작가다. 예상이 적중하면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두 번째 중국 작가이자 첫 중국 여성이 된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황니가>(열린책들), <마지막 연인>(은행나무), <오향거리>(문학동네)가 있다.

뒤이어 노르웨이 소설가 욘 포세, 국내에 아직 소개된 적 없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낸 등이 거론된다. 매년 후보로 언급되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앤 카슨, 미국 소설가 토머스 핀천, 케냐 출신으로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응구기와 시옹오,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도 후보로 꼽힌다.
○‘칠레의 시성’도 23수 한 노벨상
노벨문학상을 받는 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1901년 노벨상 제정 이후 문학상은 지난해까지 총 114차례, 119명이 받았다.

노벨문학상이 얼마나 받기 힘든 상인지는 칠레의 전설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를 보면 알 수 있다. 후보 추천 내역이 50년간 기밀로 유지된다는 건 50년 뒤에는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공개된다는 뜻이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네루다의 이름을 노벨위원회 아카이브에서 검색해보면, 그가 1956년 이후 23번이나 추천된 끝에 수상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해에 네루다를 추천한 인물은 앙리 모리스 페이어 예일대 불문학 교수와 조세핀 루이스 마일스 캘리포니아대 영문학 교수였다. 네루다는 수상 2년 뒤인 1973년 세상을 떠났다.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는 토마스 만을 비롯해 여덟 차례 추천을 받은 끝에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헤세는 노벨위원회에 교회·인간·국가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친 독일 소설가 게르트루트 폰 르포르, 이스라엘 철학자 마르틴 부버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수상에 이르지 못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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