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이 밀도범함수(DFT) 이론을 써서 친환경 수소 생산 효율을 기존보다 75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DFT는 분자 내부에 전자가 존재할 위치와 확률 등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양자역학 계산법이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정연식 교수 연구팀이 수소 생산 촉매가 화학반응 중 잃어버리는 전자를 실시간 보충받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안해 그린수소를 고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고순도 그린수소를 생산할 땐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인 수전해(water electrolysis) 장치 등을 쓴다. 여기엔 고가의 백금계열 희귀 금속인 이리듐 촉매 등을 넣어야 한다. 수전해 장치는 수소 이온이 수소 분자로 중단없이 전환될 수 있게 내부에 전자를 지속 공급하는 게 관건이다. 화학반응이 반복되면서 촉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AIST 연구팀은 초미세 패턴을 적층한 3차원 반도체 기술과 비슷한 구조를 고안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안티모니(Sb)가 도핑된 주석 산화물을 이리듐 촉매의 지지체로 떠받치는 구조다. 안티모니 도핑 산화물엔 '전자 저장소' 역할을 하는 산소 이온이 고농도로 분포하도록 증착 처리를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구조를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장치에 적용했을 때 기존 이리듐 촉매 대비 수소 생산 효율이 75배 높아졌다. 높은 전류 밀도에서 250시간 이상 장시간 구동도 가능했다. 안티모니 산화물 지지체가 이리듐 촉매로 충분한 양의 전자를 지속 공급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주석 산화물 표면에 안티모니를 도핑하면 이리듐 촉매로 충분한 전자를 지속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밀도범함수 이론으로 계산해 발견했다. 연구성과를 창출한 핵심 신소재를 수학으로 찾아낸 것이다.
정 교수는 "반도체와 수소 생산은 전혀 다른 분야로 생각되지만, 독특한 수전해 촉매 소재를 정밀 반도체 공정으로 구현하면서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달성했다"며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수소원천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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