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성동구 등에서 월 1000만원 이상의 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고소득 자영업자, 연예인 등 ‘슈퍼리치’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사진) 전용면적 264㎡는 지난 7월 보증금 20억원에 월 4500만원을 내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년 전 동일 주택의 월세(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보다 66% 오른 가격이다. 서울숲 인근의 이 단지는 작년 9월 배우 전지현 씨가 펜트하우스(전용 264㎡)를 130억원에 매수해 명성을 얻었다.
올 들어 월 10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계약이 이뤄진 아파트는 38곳(다세대·빌라 제외)에 이른다. 이 중 강남구가 40%인 15곳으로 많았다. 강남구 청담동의 ‘상지카일룸’ 전용 244㎡는 지난 3월 보증금 3억원과 월세 2500만원에 임차인을 찾았다. 3년 전(보증금 3억원·월 1900만원)보다 월 600만원(30%) 오른 값이다.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징인 삼성동 ‘아이파크삼성’도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가 속출하는 단지다. 이 아파트 전용 195㎡는 보증금 5억원과 매월 2000만원을 내는 임차인을 구했다.
강남구에 이어 용산구(12곳) 서초구(6곳) 등이 고가 월세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지난달 보증금 5억원에 월 2400만원을 내는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이 주택형 월세는 2400만~2500만원으로 형성됐고, 보증금은 올초 2억원 수준에서 현재 5억원으로 올랐다.
서초구에선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등 반포동 신축 아파트에서 고가 월세가 속출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78㎡는 보증금 5억원, 월 150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 역시 보증금 2억원에 1250만원의 월세를 내는 계약이 성사됐다.
초고가 월세 시장 수요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성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고가 주택 매매는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 등 매수 때 내야 할 세금이 수억원에 이른다”며 “충분한 자산이 있더라도 보유 자체를 부담으로 여긴 자산가가 월세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