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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광고인가 문화상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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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맛있다/맛있으면 또 먹어/또 먹으면 배탈 나/배탈 나면 병원 가/병원 가면 주사 놔….”

기본 4·3조의 가사로 이어지는 이 노래를 1970년대부터 요즘 어린이까지 부른다. 약간 변형된 다른 가사로 불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현대의 힙합 랩 ‘배틀’처럼 가사를 만들어내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래도 첫 구절은 언제나, 어디서나 똑같이, ‘코카콜라 맛있다’로 시작한다.

이 노래를 광고용으로 코카콜라에서 일부러 만들어 퍼뜨리지는 않았겠으나, 누구나 알고 어릴 때 한 번쯤은 불러봤을 것이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렸고, 이 노래가 실제 광고에 쓰이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찌 보면 왜 이제까지 쓰지 않았는지 늦은 감이 들 정도다. 그런데 아무리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코카콜라 맛있다’란 상표명이 들어간 구절이 상업용 노래 가사에 그대로 등장하는 건 왠지 어색하다.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해 올해 4월부터 공개된 코카콜라 제로의 광고에서 노래의 익숙한 멜로디와 첫 구절이 반복된다. 놀랍게도 그들이 음원을 판매하는 노래에서도 이 가사가 수차례 등장한다. 그리고 음원 차트 1위에까지 오른다.

이전에는 제품의 상표명을 상업 가요에 그대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음악가는 예술성을 망친다고 했고, 기업 쪽에서는 상품의 이미지와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했다.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됐다. 될 수 있는 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뉴진스의 코카콜라 제로 광고 노래와 판매 음원에서 보듯 급격한 변화가 왔다.

정상의 걸그룹 중 하나인 아이브가 지난 7월 ‘아이 원트’라는 신곡을 공개했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가 코카콜라 스튜디오에서 제작했음을 알리며 시작한 것처럼, 펩시 로고가 아이브 뮤직비디오의 첫 화면을 장식한다. 아이브의 모든 멤버는 펩시 로고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그들이 춤을 추며 노래하는 지하철 차량 내부의 디지털 안내판에는 펩시의 광고 문구가 나오고, 도심의 옥외광고도 온통 펩시 광고다. 멤버들은 수시로 소품인 펩시콜라가 가득 찬 냉장고 문을 열고, 꺼내 마신다. 아이브의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들도 모두 펩시콜라를 마시고 있다. 펩시라는 상표명을 소리 내어 언급하지 않을 뿐, 펩시의 광고 화면이라고 해도 로고나 제품의 노출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다.

대중가요에서의 상표명 직접 언급, 뮤직비디오에서의 과도한 노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심의와 같은 정부의 칼날은 무뎌진 반면 K팝 생산자들의 입김이 강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뉴진스가 8월에 미국의 유명 래퍼와 ‘제로’ 노래의 리믹스 버전을 출시한 것처럼, 글로벌 무대로 확장돼도 별문제가 없다. 더 이상 예전의 기준을 적용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경계의 붕괴와 이질적인 것들의 융합은 광고와 문화 상품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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