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23일 오후 9시(한국 시각)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시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날 오전까지 나흘 내리 항저우를 적신 가을비에 한 때 실내로 옮겨 개회식을 치르는 방안이 잠시 거론되기도 했지만, 빗줄기가 잦아들어 예정대로 주 경기장인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기념하는 첫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의 뜻깊은 개회식을 진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회식에 직접 참석해 각국 선수단은 물론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등 항저우를 찾은 주요 외교 사절을 맞이했다.
항저우를 상징하는 연꽃을 스타디움의 외관에 생생하게 표출해 '대형 연꽃'으로 불리는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래 5년 만에 하계 아시안게임 성화가 다시 타오르면 아시아 인구 46억명이 즐길 17일간 열전이 마침내 시작된다.
OCA에 속한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영어 알파벳 약자 순서대로 각 나라 선수가 입장한다.
아프가니스탄(AFG)이 가장 먼저 식장에 들어서고, 복싱 방철미와 사격 박명원을 공동 기수로 앞세운 북한(DPRK)이 7번째로 입장한다.
북한은 코로나19 자국 유입을 막겠다는 이유에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격 정지 제재를 받고 2022년 말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IOC의 징계는 2023년 시작과 함께 해제했고,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에 복귀했다. 북한은 18개 종목에 선수 185명을 파견했다.
구본길(펜싱)과 김서영(수영) 공동 기수와 100명의 우리나라 선수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16번째로 입장한다.
우리나라는 선수와 임원을 합쳐 역대 최다인 1천140명의 선수단을 내보내 금메달 50개 이상 수확과 종합 순위 3위를 목표로 도전에 나선다.
마지막 순서인 개최국 중국까지 40분 동안 선수단이 모두 입장하고 나면 시진핑 주석의 개회 선언, 45분간의 개막 공연이 이어진다.
전설의 육상 코치 쑨하이핑, 다이빙의 전설 궈징징 등 8명의 중국 스포츠 스타가 OCA기를 운반하고, 남자 탁구 세계 1위 판전둥,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순 등 6명이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나서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항저우는 2015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2022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다.
중국은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로 하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본산을 자부하는 항저우는 이번 대회를 친환경·디지털·스마트 경기로 치르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그간 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해 온 불꽃놀이를 폐지한 대신 3차원 디지털 영상과 증강 현실(AR), 5세대 이동 통신 기술, 빅 데이터 등을 총동원한 최첨단 기술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른 성화 봉송, 온라인 전용 플랫폼을 통한 경기 관전도 '스마트'(똑똑한) 대회를 구현할 새로운 시도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24일부터 항저우, 닝보, 원저우, 후저우, 사오싱, 진화 등 저장성 6개 도시 54개 경기장에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들어가며 10월 8일 폐막한다.
40개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 걸린 금메달 481개를 놓고 45개 NOC에서 온 1만2천명의 선수가 자신의 명예와 조국의 자존심을 걸고 출발선에 선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