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2일 14: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국내 물류센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싼 가격으로 나오는 매물을 찾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22일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사 캐피탈랜드는 경기도 안성 성은 신축 물류센터를 1억1200만 싱가포르달러(약 1100억원)에 인수했다. 자사 ‘오픈 엔드 리얼 에스테이트 펀드(COREF)’를 통한 매입이다. 매도자는 물류센터 신축을 위해 설립된 안성남사·성은PFV다.
이 물류센터는 지상 4층 규모 건물 2개 동으로 구성된 자산이다. 임대면적은 6만407㎡(1만8273평) 수준이다. 서울 강남까지 1시간 이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신규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우수해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외국계 투자사들의 딜 클로징(거래종결) 속속 이뤄지고 있다. 브룩필드는 올해 2월 케이피로지스틱PFV로부터 청라로지스틱스센터를 약 6590억원에 매입했다. 싱가포르계 메이플트리는 CBRE 서이천 물류센터를 약 1448억원에 사들였고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라살자산운용은 이천로지포트물류센터 A, C동을 인수했다.
외국계 투자사들은 국내 물류센터 자산을 꾸준히 눈여겨보고 있다. PF 시장 경색으로 헐값에 나오는 매물들이 많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물류센터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을 맞고 있다. 물류센터는 코로나19 시기에 늘어난 배송 수요로 앞다퉈 개발이 이뤄졌다. 캐피탈랜드가 인수한 안성 물류센터 자산도 총 사업비 수준으로 매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3.3㎡당 평균 거래가격은 596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2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이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김포, 파주, 고양 등 경기 서북권 저온센터 공실률은 45.3%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해외 투자사들은 가격 하락을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에선 오피스 자산보다 물류센터 자산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엔데믹 이후에도 직원들이 오피스로 복귀하지 않아 오피스 공실률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반면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며 물류센터 자산이 주목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본사에서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칠 때 오피스보다 물류센터 자산을 위주로 읽는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물류센터 자산만 찾는 추세”라며 “캡레이트(Cap-rate)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물류센터 매입을 위한 펀드 모집이 어려워 해외가 주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