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국민의힘 속내가 복잡하다고 한다.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며 박수치며 겉으론 웃었지만, 의원마다 가결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계산하기 바쁘다. 표결 처리 전만 하더라도 부결을 전망하면서 ‘이재명 방탄’을 추석 밥상에 올리자는 내부 기류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 리더십으로 체제를 제대로 정비한다면 이재명 방탄의 반사이익이 사라지면서 내년 총선 구도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을 경우 몰아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집권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자인하는 꼴이다. 친명-비명 간 민주당 분열에 기대는 모습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는지 우선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집권 두 달 만에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법정 공방을 벌이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두 번이나 꾸리는 등 내부 갈등에 매몰됐다. 집권 초 중요한 시기에 수개월을 허송하면서 여당의 본분을 망각해버렸다.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 거대 야당의 쟁점 법안 처리 폭주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소수 여당의 현실적 한계가 있는 상황을 고려해도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한 정교한 전략도, 결기도, 의지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만 쳐다본 게 집권당의 현주소다. 그러니 이 대표를 둘러싼 꼬리를 무는 의혹들, 돈 봉투 사건 등 민주당의 숱한 악재에도 지지율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이재명 방탄 등 외부 환경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당’으론 희망이 없다. 집권당이 이재명 리스크와 민주당 내분을 바라고, 즐길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등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민과 기업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집권당이라면 국민의 어려움을 보듬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의 기조를 확 바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에 승부를 거는 등 국정을 제대로 뒷받침하고 기업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력을 위해 매진해야 마땅하다. 이런 집권당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면 내년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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