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가결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는 물론 실손의료보험 수급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 처리 시점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불법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놓고는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90여 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권회복 4법’(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만 처리하는 데 그쳤다. 교권회복 4법이 통과된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예정에 없던 정회가 선언되면서다. 정회 후 본회의가 속개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책 마련을 위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결국 산회했다.
정국이 급랭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안갯속에 빠졌다.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하게 됐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보조를 맞추는 표결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임명 동의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에 대해 “성평등 인식과 감수성이 시대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며 “청렴성과 도덕성에 중대한 문제도 발견했다”고 했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24일 퇴임하기 때문에 25일 표결과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실손의료보험 수급을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이날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개정안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보험 가입자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대신 보낼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그동안은 환자가 일일이 의료기관에서 진단서 등을 뗀 뒤 보험사에 직접 전달해야 해 불편이 적지 않았다. 청구 절차가 번거롭다 보니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지난해 기준 2512억원에 달했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검거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을 공개하는 내용의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법 제정안 통과도 미뤄졌다. 국회 12개 상임위원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세종의사당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역시 처리되지 못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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