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육군을 시작으로 전군으로 확대된 군 창업경진대회가 병사들의 제대 후 사회 진출을 도와주는 발판으로 자리잡고 있다.
각군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하는 군 창업경진대회는 군별 대회를 치른 뒤 수상 팀에 국방부 자체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준다. 국방부 자체 대회에서 선발된 팀은 범부처 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3’에 참가할 수 있다. 또 아시아 대학생창업교류전에 참가할 기회도 제공한다.
국방부는 전군 장병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창업자 선배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고 창업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과정에서 막연하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사업화에 필요한 실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육군은 자체적으로 하반기 대회를 추가 편성해 매년 상·하반기에 창업협력 전문기관들과 함께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까지 4736개 팀, 1만4600여 명의 육군 장병과 군무원이 경연에 도전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 사업에 참여해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 중인 육군창업경진대회 출신 전역 장병도 16명에 이른다.
병영 문화에 창업 프로그램이 이식되면서 군 입대가 곧 사회와의 단절이라는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저출산으로 병력 자원이 줄고 있는 데다 군 경험이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병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병사들이 일과 후 주어지는 자유 시간을 활용해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열린 9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는 도하작전을 위한 ‘수륙양용 정찰드론’을 고안한 3기갑여단의 ‘번쩍’팀이 대상을 받았다. 군의관(정형외과 전문의)으로 구성된 ‘올쏘체어’팀은 허리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자세교정 보조의자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축산물·수산물용 종이 패드를 개발한 ‘도도새’팀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작년부터 자체 대회를 연 해병대에서는 명품 향수를 저렴한 가격으로 1회씩 사용해볼 수 있는 자판기 형식의 기계 ‘가온’을 고안한 ‘ME2’팀이 올해 대상을 수상했다. 해군창업경진대회에서는 칫솔, 살균기, 고체 치약이 하나로 합쳐진 올인원 칫솔을 개발한 ‘퓨어투스’팀이, 공군창업경진대회에서는 귀농인들에게 국산 종자를 활용한 실용적인 농업 교육 및 정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전투사 씨족’팀이 각각 올해 대상을 받았다.
군에서의 경험이 실제 창업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장병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고 있다. 지금까지 육군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전역 후 창업에 성공한 사례는 40건에 달한다. ‘마시는 수액’으로 유명한 ‘링티’를 개발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군의관 출신 이원철 링티 대표는 군의관 및 민간인 의사 동료들과 함께 2017년 육군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설립 첫해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링티는 연 매출이 360억원을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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