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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중입자 암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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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수들(Sharp shooters).’ 2014년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글의 제목이다. 양성자, 중입자 등 차세대 방사선 암 치료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암 치료에 쓰이는 엑스레이는 노출 순간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내보낸다. 암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지만 암까지 가는 사이에 정상 조직도 망가질 수 있다. 중입자의 강점은 정상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것이다. 중입자 치료를 ‘물리학 기술의 총아’로 부르는 이유다.

암 명사수가 의료계에 등장한 것은 1954년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로런스버클리연구소(LBNL)가 세계 최초로 양성자 빔으로 환자를 치료했다. 중입자 치료도 1977년 이곳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입자가 무거운 중입자는 당시 다루기 힘든 기술이었다. 파괴력이 세지만 조절이 힘들어 정상 조직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서였다. 미국에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양성자 치료가 암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중입자 치료 도전을 이어간 곳은 일본이었다. LBNL 출신 일본 과학자들은 도쿄에 국립의학연구소(NIRS)를 세우고 1994년 첫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개발에만 10년이 걸린 국가 프로젝트엔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등도 참여했다. 올해 4월 국내 첫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도시바에서 치료기를 도입했다. 2027년 부산 기장에 중입자치료센터를 열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기기 가격만 1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회 치료 비용이 5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지만 환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연세암병원에선 5개월 만에 82명이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아직은 전립샘암만 치료할 수 있는데도 대기 환자가 65명 정도라고 한다.

‘꿈의 암 치료’라는 호칭까지 얻었지만 중입자 치료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 전통적 3대 암 치료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암이 다른 장기로 번진 4기나 혈액암 등엔 효과를 내기 어렵다. 더욱이 유전체 분석 등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몸속 면역세포를 활용한 각종 항암 치료법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있다. 어떤 암인지, 진행 정도가 어떤지 등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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