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최몇?" (탕후루 최대 몇개까지 가능의 준말)
탕후루 광풍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엔 '수십만원을 써서 탕후루 모든 맛을 다 먹어봤다'든가, '세상에서 가장 큰 초대형 탕후루를 만들어 먹방(먹는 방송)에 도전했다'는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이른바 '탕후루 챌린지'가 날마다 올라온다.
이런 가운데 남몰래 미소짓는 기업들이 있어 주목된다. 설탕을 파는 기업들과 당뇨를 진단·치료하는 기업들이다. 치솟는 설탕 가격과 당 섭취과잉으로 인한 수혜주들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설탕 생산기업인 대한제당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전일까지 약 38% 올랐다. 마찬가지로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등을 생산하는 삼양사도 올해 19.33% 상승했다.
제품군 중 설탕의 비중이 큰 두 기업 주가가 크게 뛴 것은 설탕 가격이 '금값'이 돼 버린 영향이다. 국제 설탕 가격은 브라질과 태국 등 설탕 주 원료인 '사탕수수' 주요 생산국이 이례적인 고온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설탕 선물 가격은 톤당 73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2년 만에 700달러를 넘어선 설탕 선물 가격은 이후 한때 620달러(종가 기준) 수준까지 밀리며 안정되는가 싶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천장을 뚫고 있는 중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런던 설탕 선물이 최근 757.4달러로 마감해 최근 12년 사이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이날 최고치 기준으로 설탕 가격이 올 들어서만 약 37% 급등한 것이다.
사탕수수 작황 부진을 이유로 2위 수출국 인도는 작년부터 설탕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달부터는 수출 전면 금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태국 역시 가뭄으로 올해 설탕 생산량이 예년보다 약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태국 설탕생산자협회는 2023∼2024년 설탕 수확량이 9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설탕 생산량 감소가 포착되다보니 빵과 과자 등 설탕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신조어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도 생겨났다.
대내외적 변수로 설탕주가 오르는 가운데, 주가를 띄우는 데는 소셜미디어(SNS)의 인기 디저트 열풍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탕후루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올해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설탕 소비가 덩달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탕후루는 길다란 나무 막대에 여러 과일을 꽂고 설탕을 굳혀 만든 간식이다. 연초만 해도 수십곳에 불과했던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왕가탕후루' 점포는 최근 400곳를 돌파했다. 다른 탕후루 프랜차이즈들도 경쟁하듯 새로 출점하고 있다.
'뚱카롱'(뚱뚱한 마카롱)과 '달고나' 등에 이어서 마카롱 등 단맛 위주의 디저트가 열풍의 중심에 서는 만큼 설탕의 소비가 꺾일 리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제과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유행마다 디저트 품목은 달라지겠지만 당을 함유하고 있단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 만큼 설탕 수요가 늘어나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단 맛'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당뇨 관련주도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당뇨병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점도 국내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혈당측정기 등 당뇨 진단 업체인 아이센스는 최근 6개월 사이 주가가 53% 뛰었다. 지난 8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 기준으로 보면 상승폭이 117%을 넘는다.
당뇨와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펩트론은 같은 기간 440% 급등했다. 이달 들어 소폭 조정을 겪고 있지만 지난달 말 기록한 52주 신고가 기준으로 보면 주가는 올 들어 최대 530%까지 상승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식습관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등의 여파가 더해지며 당뇨 환자는 증가 추세"라며 "당뇨와 비만 분야가 꾸준히 화두가 되는 한 이런 관점에서 당뇨주에도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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