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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교감하는 싱글맘과 반항아 아들 ···영화 '플로라 앤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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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동네 클럽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동네 음악 경연 대회. 이제 열네 살이 된 맥스(오렌 킬런 분)가 건반과 전자음악으로 짧은 전주를 연주한다. 이어 맥스의 젊은 엄마 플로라(이브 휴슨)가 무대 중앙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플로라와 그녀가 17세에 낳은 아들 맥스가 살아온 삶이 가사에 거칠게 녹아 있는 ‘High life’라는 곡이다.

노래가 두 소절쯤 지났을 때 '줌'으로 연결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플로라의 온라인 기타 선생 제프(조지프 고든-레빗)의 리드 기타와 그가 고용한 듯한 드러머의 드럼 연주가 가세한다. 플로라와는 헤어져 따로 살지만, 친아들 맥스와는 교류하는 프로 베이시스트 이안(잭 레이너)의 베이스 기타가 곁들여지며 밴드 음악이 완성된다. 노래 중간에 맥스의 랩이 흐르고, 마지막 후렴구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부른다.

영화 ‘플로라 앤 썬(Flora and Son)’의 후반부 하이라이트이자 극을 마무리하는 연주 부분이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거의 모두 등장해 함께 연주하면서 합을 맞춘다. 특히 영화 제목이기도 한 플로라와 그의 아들 맥스가 음악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한마음이 된다. 이 작품을 연출하고 시나리오도 직접 쓴 존 카니가 감독한 작품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감독 존 카니의 전작인 ‘원스’(2007,) ‘싱 스트리트’(2016)에 이어 그의 고향인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카니의 이전 음악영화들과 공통점이 많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제목에서 비롯된다.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정을 나누는 대상이 ‘원스’나 ‘비긴 어게인‘처럼 생판 몰랐던 두 남녀가 아니라 젊은 싱글맘 플로라와 반항심이 가득한데다 도벽도 있는 10대 아들 맥스다.

맥스에게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취미가 있는 게 좋겠다는 경찰관의 충고에 고민하던 플로라는 길가에 버려진 어쿠스틱 기타를 줍는다. 10유로를 내고 그럴듯하게 고친 기타를 맥스에게 생일선물로 주지만 무참히 거절당한다. 아들 대신 기타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플로라는 제프와의 온라인 첫 교습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타를 치면 아들이 멋지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사실 맥스에겐 EDM과 힙합의 랩을 결합한 음악을 창작하는 취미가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플로라는 본격적으로 아들과 음악을 함께 만들고 나누게 된다.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은 플로라와 제프의 관계다. 이전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플로라는 기타를 배우기 전까지는 음악에 문외한이다. 댄스클럽에서 가끔 춤추는 것만 즐기던 플로라는 제프와의 온라인 교습을 통해 음악의 매력에 빠진다. 그뿐 아니라 제프에게도 연정을 느낀다.

카니 감독에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안긴 '원스'의 'Falling Slowly'를 연상시키는 곡은 이 영화의 주제가인 'High life'가 아니라 플로라와 제프가 함께 부르는 ‘Meet In The Middle’이다.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거나 교습할 때 공간을 초월해 같은 장소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도 이전 카니 감독 작품에선 보지 못했던 기법이다.



록밴드 U2의 리드 보컬 보노(폴 데이비드 휴슨)의 딸인 이브 휴슨은 젊은 싱글맘 플로라가 겪는 다양한 고충과 상황을 실감나게 연기할 뿐 아니라 뛰어난 가창과 기타 연주 실력을 보여준다. 제프 역을 맡은 배우 겸 가수 겸 영화감독인 조지프 고든-레빗이 한 곡을 서로 다른 주법과 가창으로 두 번 부르는 ‘C코드 교습’ 장면도 흥미롭다.

반면 극이 플로라의 두 가지 관계를 중심축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개가 다소 어수선한 데다 결말이 다소 상투적이어서, 극의 여운이 카니 감독의 이전 음악영화들보다 약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올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고, 이때 애플TV가 작품의 판권을 사들였다. 극장 선개봉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애플TV+를 통해 공개됐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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