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보다 작은 면적의 싱가포르는 서비스업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조업 비중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다. 개발이 가능한 토지가 적은 싱가포르는 산업용지 활용을 최적화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1970년대 아시아 최대 산업단지였던 ‘주룽 산업단지’의 변화가 대표적 사례다. 저임금 위주의 제조단지였던 이곳은 임금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하자 1980년대부터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산업 단지로 바뀌었다. 주룽 산업단지는 현재 자율주행 전기차가 운영될 만큼 체질 개선을 이뤘다.
싱가포르의 산업용지 공급과 관리는 주룽도시공사(JTC)와 주택개발청(HDB)에서 담당하고 있다. JTC는 콘크리트, 목재, 고무 등을 생산하던 노후된 탕린홀트공단에 포괄적 재개발(EBR) 방식을 도입했다. 1993년 연면적 8600㎥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 1개 동을 시작으로 총 8개 동을 건설했다. 토지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토지 수용 작업도 했다. 노후 산단 내 기업이 보유한 토지와 공장을 다시 사들이고 미활용 중인 기업에 초과 토지를 반환하도록 했다. 토지나 공장을 내놓고 이주하는 기업에는 이주비를 보전하거나 다른 산업용지를 우선 배당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목재산업의 집적지인 선게이카두산업단지에는 2015년 가구산업에 특화된 복합시설물을 조성했다. 노후 산단은 400㏊ 면적을 대상으로 고밀·복합 형태로 재정비를 진행했다.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하게 1970년대부터 산단을 조성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꾸준히 시설과 구역을 재정비했다”며 “한국도 현실에 맞는 산단 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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