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은 전 정권 인사들의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이들은 9·19 선언에 대해 ‘평화의 터전’ 등 의미를 부여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채택한 ‘군사 분야 9·19 합의’에 대해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군사합의 폐기 주장에 대해선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9·19 선언은 일찌감치 북한의 사기극으로 판명된 마당이다. 북한 김정은은 “핵 위협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며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 등을 약속해놓고 거꾸로 숱한 도발과 핵 위협으로 9·19 선언을 빈껍데기로 만들었다.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군사 분야 합의도 남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해 시작부터 ‘안보 무력화’ 비판을 불렀다. 서해 완충 수역의 경우 북쪽은 50㎞인 데 비해 남쪽은 85㎞로 35㎞ 더 길어 북방한계선(NLL) 포기 시비가 붙은 것은 물론 백령도 등 서해 5도 방어도 어렵게 만들었다. 군사분계선(MDL) 부근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서울보다 평양이 세 배 이상 먼 거리를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정해 수도권 방어에 취약성을 가져왔다. 합의 사항이 아닌 우리 군의 주요 실전 훈련도 중단시켰다.
게다가 북한은 우리 군 감시초소(GP) 조준 사격,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잇단 해상 완충수역 포 사격, NLL을 넘는 미사일 도발, 무인기 침투 등 군사 합의를 명시적으로 17번이나 위반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못 본 척하면서 우리 안보만 약화시켰다. 상대방은 애초부터 지킬 마음이 없음에도 9·19 합의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매달리는 것은 환상 아니면 굴종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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