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관련한 규제가 완화된다는 얘기가 많았잖아요. 결국엔 뜬소문에 불과했네요. 10년 넘게 가지고 있던 오피스텔 드디어 정리하나 했더니, 이번에도 어렵게 됐네요."(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는 50대 남성 최모씨)
오피스텔을 보유한 소유주들의 근심이 더 깊어졌습니다. 오피스텔과 관련한 규제를 풀 것이라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돈 이후 기대감이 커졌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 완화는 없다"고 사실상 못을 박으면서입니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추석 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급 대책에는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보다는 인센티브 제공과 규제 완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담길 전망입니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양한 예측성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특히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오피스텔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지라시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전용 85㎡ 이하에 대해선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런 정보가 퍼지면서 오피스텔을 보유한 소유주 사이에서는 "물린 오피스텔을 정리할 수 있겠다",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보인다. 수요가 늘어나면 정리할 예정"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유주들의 희망은 단번에 부서졌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날 직접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얘기하면서입니다. 원 장관은 "비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대책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래가 안 된다고 해서 세금과 이자를 깎아주고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다주택자가 집을 대거 사도록 하는 정책은 안 된다"며 "오피스텔 여러 가구를 사서 임대 수익 내지 전매 차익을 보려는 투자 수요층이 두껍다.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청년층이 결혼 전 오피스텔을 샀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오피스텔을 사면 청약 때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서 배제되는 부분을 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특히 원희룡 장관만 놓고 본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총선도 다가오는 이 시점에 굳이 오피스텔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풀어 시장을 자극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수익형 시장은 찬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고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등 거시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급등기 주목받았던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접근은 미루는 것이 낫다"며 "아파트 시장도 아직 회복이 덜 된 만큼 수요가 수익형 부동산까지 퍼지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잔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정리도 힘든 오피스텔을 굳이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들은 잔금을 내기 전 손해를 보더라도 오피스텔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대부분의 수요는 아파트로 몰리고 있어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수분양자들이 오피스텔을 정리하려고 해도 이를 받아줄 실수요자가 없단 얘기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