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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전략자원 65%, 中이 쥐락펴락…"OPEC급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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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소재를 틀어쥔 중국이 ‘광물 패권’을 내세워 미국 등 서방 국가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화석연료 부문에서 누리던 위상이 약해지면서 중국의 광물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기술·무역·국방 분야 관료들을 비밀회의에 소집해 대(對)중국 반도체 기술 통제에 나선 미국에 대항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올해 7월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등에 쓰이는 갈륨의 98%가 중국산이다. 이후 희토류 등 희소 광물의 수출 제한 카드를 산발적으로 발표했다. 중국이 앞으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무기화할 자원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중국이 대놓고 자원 무기화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광물에서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정한 54개 핵심 광물 가운데 중국이 공급사슬에서 적어도 한 단계 이상 장악하고 있는 광물은 35개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이 지정한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 점유율이 가장 높은 광물은 33종이다. 서방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전략 자원의 65%가량을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최대 코발트 기업 화유코발트,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 등이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광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늘려 온 게 오늘날의 결실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의 경우 원재료인 광물 매장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대부분 20% 미만이지만, 가공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90% 내외다.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치를 찍을 전망이다. 상반기에만 1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미 지난해 총액을 압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산업정책 전문가인 일라리아 마조코는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과 청정 기술 산업 성장세는 2012년 출범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이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 덕분에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베이징=이지훈 특파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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