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24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태광그룹 대주주 이호진 전 회장의 첫 경영 행보여서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인프라·레저 계열사 티시스를 시작으로 전 계열사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에 앞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는 의장을 맡고 있는 김기유 티시스 대표를 지난달 24일 해임했다. 경영협의회는 그룹의 주요 경영 안건 등을 논의하는 경영협의기구다. 24개 계열사가 모두 속해 있다. 회사 측은 "협의회 중심으로 하게 된 특별 감사"라며 "티시스의 내부 비위 행위를 발견했고, 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대표를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비위 행위와 관련해서는 감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협의회 의장은 당분간 성회용 티캐스트 대표가 맡는다.
감사 직전 해임된 김 전 대표는 그룹의 최고 실세로 꼽혀왔다. 이 전 회장이 수감 당시 김 전 대표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과정에서 갈등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보유해온 서울 양평동 사옥을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안건을 의결했다.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인 태광그룹(태광산업·대한화섬·티시스)은 롯데홈쇼핑에 사옥 매입을 결의한 이사회 재개최를 요구하고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김 전 대표가 있을 당시 태광그룹은 사옥 매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사면된 뒤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연 입장이 바뀌었다.
태광그룹의 오너 총수인 이 전 회장이 경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태광그룹도 지난 10여년간 쌓아 놓았던 투자 재원을 활용할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지분 5.80%)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최근 태광그룹에 변화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난해 말 발표한 그룹의 12조 투자 관련 밑그림 작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