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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 기업 공장에서 동시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창립 88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고용 안정을 원하는 노조와, 테슬라 등 선도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사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1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날 “역사상 처음 빅3가 동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UAW는 이날부터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공장과 미시간주 웨인의 포드 공장, 오하이오주 털리도의 스텔란티스 지프 공장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포드는 브롱코, 스텔란티스는 지프 랭글러, GM은 쉐보레 콜로라도 픽업트럭 등의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각 기업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델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털리도 스텔란티스 공장이 1주일간 가동을 중단하면 매출이 3억8000만달러(약 5050억원) 감소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리캐스트솔루션의 샘 피오라니는 이번 파업으로 1주일간 차량 2만4000대의 생산이 멈출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파업 기금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수익성 높은 모델의 생산을 체계적으로 줄이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페인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전사적 파업은 당분간 보류할 것”이라면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UAW는 이날 기존 계약 만료를 앞두고 4년간 임금 40% 이상 인상과 복지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각 사는 전기차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드는 “UAW 협상안은 미국 내 인건비를 두 배로 늘리고, 테슬라 등 노조가 없는 자동차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빅3의 시간당 인건비는 평균 65달러로, 테슬라(45달러)와 아시아 기업 평균(55달러)을 크게 웃돈다. 자동차 기업들은 대신 임금 20% 인상안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UAW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각 기업이 1주일에 4억~5억달러(약 5300억~66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했다. 파업이 몇 주나 몇 달로 길어지면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도이체방크는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빅3 기업 경영진 및 페인 위원장과 통화하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파업에 대비해 빅3 자동차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