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계를 대표하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쟈니스 사무소의 창업자가 긴 시간 동안 미성년자 연습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일본 방송가에서도 5명 중 1명은 성희롱당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14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내달 공표 예정인 '2023년도 과로사 등 방지대책 백서'를 위해 예술 및 연예계에 종사하는 남녀 64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배우·스턴트맨의 경우 성희롱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가 20.4%에 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가 11.1%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신체 접촉'이 10.2%, '과도한 노출 강요'가 9.3%로 조사됐다.
성우·아나운서는 성희롱 피해 경험자가 25.4%로 더 많았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들 역시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과도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는 답변이 5.4%였고, 미술은 12.4%였다.
성희롱 범죄를 다수 담당해왔던 한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기획사 사장이나 촬영감독과 배우 사이에는 강자와 약자라고 하는 권력구조가 다른 업종보다 한층 더 강하다"며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일본 연예계에서 고압적인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등의 폭로가 여럿 나온 바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의 유명 배우 아야노 고가 과거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폭로가 나왔고, 피해자로 지목된 아이돌 멤버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 소노 시온도 다수의 여성 배우들에게 작품 출연을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당시 소노 시온 측은 "모르는 일이다"며 "말도 안 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최근 일본 연예계는 쟈니스 사무소 창업자인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성폭력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쟈니스 측은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년간 소속 연예인의 광고 및 방송 출연료에 대한 기획사 보수를 받지 않고 피해자구제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 보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기무라 타쿠야, 도모토 코이치 등 쟈니스 소속 간판 연예인들에게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을 기용해온 기업들의 광고 계약 해지도 잇따라, 13일 하루에만 삿포로, 모스버거 등이 계약 중단 방침을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