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비만 신약을 차세대 그룹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6개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새 프로젝트 총괄은 오너 2세인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사진)이 맡았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이어받아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란 평가다.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13일 비만 신약 개발을 위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그룹 핵심 과제를 ‘비만 관리’로 정하고 프로젝트 총괄은 최근 부임한 임 실장이 맡기로 했다. 그는 임성기 창업주의 첫째 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와 신제품개발본부, 전략마케팅팀, 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제제연구소,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한미정밀화학의 연구진이 참여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 예방, 치료, 관리 등 모든 과정을 해결하는 맞춤형 혁신 신약을 차례로 선보이는 게 목표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제품은 한국인 맞춤형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비만 신약으로 개발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올해 10월께 국내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가 2026년 출시하는 게 목표다.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용 삼중작용제(LA-GLP·GIP·GCG)도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한미약품이 기존 신약 개발에 활용해 온 랩스커버리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차세대 플랫폼 기술을 적용했다. 개발 초기 단계인 동물시험에선 이 물질이 체중을 25%가량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대사 수술을 받아야 볼 수 있는 효과다. 시판이 임박한 비만 신약 중 가장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제품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22.5%)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근손실을 막아 체성분의 질을 개선하고 요요 현상도 억제해주는 바이오신약, 폭식 등 섭식장애를 개선하는 후보물질도 포함됐다. 비만 치료 환자를 위한 디지털치료제도 개발한다. 이를 활용하면 환자가 투여·복용하는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고 약물 부작용 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먹는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도 개발해 먹는 GLP-1 제제로 신약 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HOP는 영어로 ‘폴짝 뛰다’란 의미가 있고 프랑스어로는 격려하거나 무언가를 뛰어넘으려 할 때 ‘자, 어서’를 뜻하는 감탄사로 쓰인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창립 50년을 맞아 비상을 준비하는 한미약품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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