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을 넘어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도약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HLB는 4년 안에 세계 간암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스위스 제약사 로슈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셀트리온 “질환 예측 알고리즘 구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의장은 12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서 의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4년생인 그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서 의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셀트리온의 미래와 합병 이후 회사가 갖추게 될 경쟁력을 강조하며 ‘데뷔전’을 치렀다.그는 올해 셀트리온이 유전체 및 의약품 데이터 등 각종 정보값을 축적하는 ‘셀트리온 헬스케어 인텔리전스 뱅크(HI Bank)’ 구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상에 참여한 국내외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 기본 데이터를 쌓았다. 질환을 예측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며 내년까지 구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알고리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10개가량 진행 중인데, 1~2년 뒤 1개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AI 알고리즘만 별도로 연구하는 시설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 이벤트인 합병에 대해 서 의장은 “(합병이 완료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거치는 것보다 공격적으로 매출원가율을 가져갈 수 있다”며 “영업이익률 개선은 현금 증대로 이어져 신약·디지털 헬스케어 투자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LB “간암 신약 내년 美 허가”
이날 진양곤 HLB 회장도 발표 무대에 올랐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임상 3상에서 1, 2차 유효성 지표를 모두 완벽하게 달성했다”며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완제품 생산공장 실사가 완료됐으며 내년 5월 안에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HLB가 2008년부터 개발해 온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은 세계 최초로 환자 생존기간(OS) 20개월을 넘겨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5월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냈고 심사가 진행 중이다. 2027년까지 세계 간암 치료제 시장 점유율 50%, 2029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진 회장은 “모기가 머리를 들이밀어 무쇠를 뚫듯 신약을 개발해왔다”며 “간암 치료제로 로슈를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