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심문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조사관이 다음과 같은 문구를 장엄하게 낭독한다. “노동위원회의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거짓의 서류를 제출하는 자를 노동위원회법 제31조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문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들과 그 대리인들에게 심문회의에서 진실이 아닌 거짓을 이야기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러한 경고를 들은 당사자나 대리인들은 상대방이나 그 대리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상대방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법 제31조를 적용하여 처벌하여 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더하여 상대방이나 그 대리인인 변호사, 공인노무사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한다. 답변서 등에 첨부된 증거가 허위의 서류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판례 번호를 잘못 기재한 것을 거짓의 서류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들은 노동위원회법 제31조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법 제31조는, ‘제23조 제1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조사권 등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의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거짓의 서류를 제출한 자, 관계 위원 또는 조사관의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을 심문회의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이 인정하는 자기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노동위원회법 제31조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3도6413 판결은 ‘노동위원회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고' 또는 '필요한 서류의 제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노동위원회가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정을 위하여 행사하는 조사의 자료가 되는 객관적 사실에 관한 것에 한정되고, 단지 구제 신청인의 주장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반대 당사자의 지위에서 자기의 주장과 견해를 밝히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답변서'는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553 판결은 '노동위원회법 제31조에서 말하는 거짓의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제23조 제1항에 따라 노동위원회로부터 서류의 제출을 요구받은 자가 이에 응하여 거짓의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서류제출을 요구받음이 없이 스스로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류가 거짓인 모든 경우에 이를 처벌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의 법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위원회에 제출하는 이유서, 답변서 등의 서면과 증거방법들 중 노동위원회에서 직권조사하는 노위증만이 노동위원회법 제31조의 대상이고, 이유서, 답변서 등 서면의 주장내용과 노호증, 사호증 등 당사자들이 임의로 제출하는 증거들은 노동위원회법 제31조의 적용대상이 되는 서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노동위원회법 제31조가 '제23조 제1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조사권 등과 관련하여'라는 문구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해석이다. 노동위원회법 제23조는 제1항은 '위원회는 소관 사무와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그 사무집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근로자, 노동조합, 사용자, 사용자단체, 그 밖의 관계인에 대하여 출석·보고·진술 또는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위원장 또는 부문별 위원회의 위원장이 지명한 위원 또는 조사관으로 하여금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업무상황, 서류,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제31조는 노동위원회의 능동적인 직권조사 상황에서 허위서류 등이 제출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그 밖에 노동위원회가 근로자나 사용자가 제출하는 서면, 증거방법 등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취득한 서류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제31조는 제23조 제1항이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노동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 등이 거짓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심문회의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 등에 거짓된 내용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심문회의 시의 질문도 조사권 행사의 일종이므로 심문회의 질문에 거짓말을 하면 노동위원회법 제31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법은 심문절차와 심문절차 외의 조사절차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절차에 심문절차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 헌법 제12조 제2항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권리는 자기 방어적인 모든 절차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즉, 사법절차에 임하는 당사자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권리는 그 진술에 다소 거짓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념 하에서 우리 법체계에서는, 재판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에 관한 증언을 하기 위해 선서한 증인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만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뿐 당사자가 허위주장을 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지는 않고,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인멸의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므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 출원자가 제출한 허위의 출원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행정청이 가볍게 믿고 인가 또는 허가를 하였다면 이는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출원자의 위계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념은 준사법적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 절차에서도 마찬가지로 구현되어야 한다. 만약 심문회의 진술에 대해서 제31조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동 조항은 위헌성을 강하게 띈 조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서 심문회의 전에 마치 심문회의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처벌을 받을 것처럼 겁을 주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심문회의에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일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기 방어를 위한 부득이한 일이다. 서면이나 증거에 일부 오타나 오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고소, 고발이 남발되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이 노동위원회에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노동위원회가 심문회의 전에 부적절한 경고문구를 낭독하고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당사자들의 오해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조속한 시정이 요구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